천지에

낙엽이 나부끼기 시작할 제

사그라지는 계절의 향을 일으키며

들국화는 피어난다



결코 크지 않은

작은 꽃이련만

갈래갈래 갈리고 나뉘어서

더 많은 꽃으로

들국화는 피어난다



풍성하던 계절이

이제 막 끝이 난 잔치마당처럼

추한 껍데기만 나부라져 뒹구는데

아직 한 줌 실과도 움켜쥐지 못한

가엾은 생명들이 있기에

들국화는

한없이 작은 꽃잎으로 피어난다



세상 못난 무지렁이들을 향해

쏟아지는 질책이 추상같을지라도

곧 차가운 대지로 내몰릴

생명들이 있기에

들국화는

차마 화려할 수만 없는

작은 꽃잎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찬바람을

스스로 안고

아직은 가을 빈 들에

마지막 풍성함으로 일어선다.

진국형·춘천시 효자 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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