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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성 구

수필가(전 춘성중교장)
한글날이 들어있는 10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갑자기 기온도 뚝 떨어졌다. 10월이 가기 전에 뜻도 의미도 모르는 한글이 너무나 많아 이대로 한글을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았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최근 영국의 언어학자가 세계적으로 가장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문자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또박 또박 정자로 쓰면 가로 세로 열도 정연하고, 영어 같이 글자의 높낮이도 심하지 않고 단어별로 띄어쓰기를 하기 때문에 뜻의 혼란도 없다.

색깔, 감정, 물소리, 바람소리 등 의태어와 의성어가 다양하다. 닭 우는 소리를 영어에서는 ‘고개 두두드’로 배웠고, 일어로는 ‘고개 곡고 고개 곡고’로 배웠다. 일본어는 발음은 하되 문자가 없어 표기를 못하고, 글자의 크기에 따라 원음도 되고 받침도 된다.

세계 언어학자도 훌륭한 언어로 평가하는 한글이 10여년 사이에 방황하고 있어 안타깝다. 편리한 대로 어법과 문법에 맞지 않는 글이 언론과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다. 나라의 말을 기분 내키는 대로 마구잡이로 변형하여 쓴다는 것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길거리에 나붙은 현수막을 보면, 자음으로는 ‘ㅌ’과 ‘ㅊ’의 구별이 분명치 않고 ‘ㅈ’과 ‘ㅊ’의 구별도 혼돈하고 있다. 대부분 발음 나는대로 쓰고 압축하여 암호처럼 쓰여지는 단어가 범람하고 있다.

처음 누가 언제 시도하였는지 모르겠으나 온 국민이 익혀 쓰는 국자(國字)를 깊은 생각없이 변형시킨다는 것은 학문에 대한 반역이요, 역사성, 사회성도 고려하지 않는 불행한 처사이다. 고유단어의 뜻도 혼돈 속에 표류하고 있다. ‘굵기와 가늘다’의 구별도 모른다. ‘굵다’를 ‘두껍다’ 로 ‘가는 것’을 ‘얇다’로 쓰기도 하고, TV 방송에서 ‘돼’라야 할 것이 ‘되’로 된 자막이 자주 뜬다. 존대법은 아예 실종되어 가고 있다. 어법이나 문법도 법이므로 그 나라 국민이라면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본래 불어는 로마시대는 지방의 방언이었지만 그 나라 전 국민이 연구하고 아끼고 사랑하여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가?

국어를 자의대로 변형하는 정도가 더 심해지면 역사성, 사회성이 상실되고 혼란을 자초할 뿐 아니라 먼 미래를 보면 국가도 국민도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였다고 해서 외국어가 한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웃 일본을 보면 나라에서 인정한 언어연구기관에서 외국어를 모두 체계적으로 일본 토속어로 통일하여 공포한다.

우린 참 안타까움을 넘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해당 국어 연구기관이나 국가에서 계속 방치한다면 국적없는 언어로 불행한 일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사랑하는 국어가 더 문란해지기 전에 언론기관에서도 표준어 규정을 지키고 외래어 표기법대로 국민을 이끌어야 한다. 이것이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을 지키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각성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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