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20071026 17:31:02

[이데일리 정태선기자] 달러/원 환율이 10년만에 최저수준인 913원과 910원선을 차례로 깨고 추락하자 외환시장에 충격에 빠졌다. 미국 경기둔화 우려로 인해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따라 달러약세 기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한 레벨과 마주하면서 어느까지 떨어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달러/원 환율은 6.70원 떨어진 909.9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1997년 9월 18일 909.6원을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달러약세, 국내증시 상승, 중국 금리인상, 고유가 등의 하락요인이 골고루 겹치면서 이제는 800원대 달러/원 환율이 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을 주목하면서도, 강한 개입이 나오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美 금리인하, 달러약세 대세" 달러/원 환율 하락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달러약세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FOMC가 다음주에 열리는 회의에서 금리를 25~50bp 인하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달러약세 흐름에 편승해서 역외가 적극적인 달러매도에 나서면서 시장은 달러매도 심리가 지배했다. 국내 외환시장은 중공업체를 중심으로 한 수주 호조로 기본적으로 달러공급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데 수출업체 월말 네고까지 겹치면서 달러/원 환율의 낙폭이 컸다. 류현정 씨티은행 차장 외환팀장은 "913원에 대한 지지심리 때문에 그동안 장이 유지돼 왔지만 이 선이 무너지면서 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졌다"며 "역외와 역내에서 모두 손절 물량이 나왔고, 개입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개입 없었다는 데에 따른 실망감도 하락의 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 약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어느정도 반영되고 있다"며 "주식도 강세고 매물부담이나 북한 핵폐기 가시화 문제 등도 부담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다만 당국 개입 기대감이 있는 만큼 급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다음주에도 빠르게 이어진다면 추가하락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개입장세로 갈까.."당국 개입은 무리" 달러약세가 큰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매수세가 일시에 자취를 감춘 상태다. 또 당국 개입으로 900원선을 방어한다는 것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여건을 고려하면 무리가 따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900원선에서 1차 지지선을 형성하겠지만, 일각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820~870원 사이도 가능하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90달러선을 넘어서면서 물가상승 요인을 환율이 상쇄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나설 수도 없다는 것. 특히 중국 경제가 과열양상을 지속함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은 물론 위안화 절상 얘기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아시아통화 강세를 유도하는 또다른 축이 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글로벌 유동성 자금이 1조달러 넘게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당국 개입만으로 달러/원 환율 하락을 막는다는 것은 역부족이란 평가다. 이진우 NH투자선물 조사기획 부장은 "달러/원이 913원선 아래로 붕괴된 배경이 중공업체들의 달러매도가 아니라 역외 주도로 이뤄졌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환투기세력 등이 FOMC 확인이후 900원선 초반에서 포지션을 재편해 시장이 다시 안정될 때까지는 자율에 맡기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달러/싱가포르달러 환율을 보면 7월 24일 이후 약 4%가 빠지는 등 아시아통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913원선을 달러/원 환율의 최종 방어선처럼 느끼는 것은 심리적인 습관이거나 인위적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지난 92년 조지 소로스가 영란은행의 파운드화 방어 능력을 마비시켜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며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나서도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그러나 910원선 아래부터는 당국이 개입할 것인지의 여부가 달러/원 환율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락압력 속에서 시장과 당국의 기싸움이 내주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이데일리 - 1등 경제정보 멀티미디어 http://www.edaily.co.kr> - 당사의 기사를 사전 동의 없이 링크, 전재하거나 배포하실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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