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滿山紅葉)! 설악산 단풍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산을 메우는 광경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러나 산림공무원이라면 또 다른 생각도 날 것이다. 바로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이 어김없이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숲은 예전에 비해 훨씬 울창해졌다. 좋은 일이지만 산불도 예전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울창해진 숲에서 산불이 나면 대형산불로 확산되기 쉽기 때문이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연평균 508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그 피해면적이 4436㏊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96년 고성산불(3762㏊), 2000년 동해안산불(2만3794㏊), 2002년 청양·예산산불(3095㏊), 2005년 양양산불(1141㏊) 등 강원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대형산불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산불의 주된 원인은 인간의 실수나 부주의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봄철에는 영농준비를 위한 논·밭두렁 소각으로, 가을철에는 산행 증가로 인한 입산자 실화가 산불발생의 주원인이다.

최근에는 벼락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벼락 등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은 피해규모가 인화(人火)의 경우보다 더 작다. 자연발화는 대체로 산마루 같은 높은 곳에서 일어나고 천천히 번지는 경향이 있으며 벼락은 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산불이 나도 그 피해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인간에 의한 산불은 주로 낮은 곳에서 발생하여 경사면을 타고 높은 곳으로 빠르게 번지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진다. 따라서 산불 피해를 줄이려면 인화를 막는 것이 최선책이라 하겠다.

산림청에서는 매년 11월 1일부터 12월 15일을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하고 산불의 예방을 위하여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 양구국유림관리소에서도 가을철 산불예방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비상근무체제를 준비하고 있으며, 산불진화도구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산불발생이 우려되는 곳곳에 산불감시원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배치계획과 다양한 계도·홍보활동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또한 군청, 군부대, 소방서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를 강화하여 산불에 대비하고 있다.

산불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산림은 너무도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수 십년 동안 애써 키운 숲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만들 수는 없다. 올 가을 등산객이 무심코 버린 담뱃불 하나가, 취사 시 사소한 부주의 하나가 우리의 소중한 숲을 폐허로 만드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당신의 작은 관심이 큰 산불을 예방한다”는 말이 온 국민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지길 기대한다.

전 덕 술 양구국유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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