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섭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 서준섭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예술품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 서점에 가보면 ‘미술관 순례. 명화 감상, 미술관 기행’같은 제목의 책이 많이 나와 있다. 외국의 유명 화가들 작품의 국내 특별 전시행사도 늘어나고 있다. 미술품과 일상 생활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좁혀지고 있다는 징후이다.

원래 미술품은 그리스의 조각상, 성당 벽화, 한국의 불상 등에서 보듯, 종교적 제의의 필요에 의해 제작되기 시작하였고, 한때 그것이 왕, 귀족 등의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시민계급의 등장, 미술의 종교 및 특권층으로부터의 분화, 독립이 이루어지면서, 미술은 비로소 오늘날과 같은 시민 모두의 향유물이 되었다. 여기서 애호가, 수집가, 미술관의 등장은, 미술의 발전과 가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술품에 오늘날과 같은 전시적 가치, 상품적 가치와 같은 새로운 가치가 부여된 것은 이들에 의해서이다.

미술품을 수집, 전시하는 미술관은, 작품과 애호가, 일반 시민들이 직접 만나 상호 교감할 수 있는 중요한 예술문화 공간이다. 그 공간의 확장과 발전사에서 서구 미술관의 역할은 가히 선구적이었다. 대영박물관,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 프라도, 루브르 등 유명한 미술관이 모두 유럽에 있다. 일본만 해도 주요 도시마다 수많은 미술관이 있다. 우리나라의 미술관의 역사는 짧은 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호암미술관 등이 잘 알려진 미술관이다. 서울시가 개관한 서울시립미술관은 현재 서울 시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강원도는 대외적으로 자랑할 만한 미술관이 별로 없다. 박수근 미술관을 비롯한 몇몇 영세한 미술관이 거의 전부이다. 그런 점에서 강원도 당국에서 강원도 미술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은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강원 미술관 건립은 미술품의 수집, 전시, 교육, 교류활동 등의 새 중심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원 미술발전의 큰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면서, 이 기회에 우리가 바라는 강원 미술관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첫째 뒤늦은 만큼 ‘제대로 된 미술관’이 되도록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미술관은 특히 공간의 구상, 건물의 외관,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에서 자랑할 만한 건축물이 되어야 한다. 그 기능을 고려해 새로 지을 수도 있고 기존 건물을 재활용할 수도 있다. 궁전을 활용한 루브르, 기차역을 리모델링한 오르세 미술관,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테이트 모던 등은 그 재활용의 중요한 사례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여 설계를 공모하되, 도시의 명물, 전국적으로 자랑할만한 미술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미술관의 기본방향과 성격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이 있어야한다. 강원도의 전통 미술과 현대 미술, 회화에서 공예에 이르는 각종 분야를 망라한 작품 전시가 바람직할 것 같다. 일정한 장르의 특화도 바람직하지만, 현재의 형편으로는 종합적인 미술관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지 않을까. 미술관은 강당, 회의실 세미나 실, 편의 시설 등을 두루 갖추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셋째 미술관 건립 장소 선정 문제는 주변 경관과의 조화, 도시의 위상 등을 생각해 건립해야 한다.

넷째 작품의 수집과 전시를 비롯한 미술관 운영의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술관의 생명은 그 효율적 운영이다. 도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름다운 미술관, 도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미술관 건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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