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은

정열이 북받칠수록

화려한 꽃을 피운다

그 꽃은

오직 나 아닌

대자연의 미(美)를 위해

손해인지 뻔히 알면서도

온 몸을 던져 투자한다

여름꽃은

향기로

몸매로

바람을 부르고

벌떼를 유혹하여

꿀까지 먹여가면서

후세의 영원한 터전을 위해

온갖 아양을 떨면서 핀다

가을꽃은

꽃은 꽃이로되

전혀 심성이 다르게 핀다

뉘 보든 말든

잔바람에도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꾸벅꾸벅 조는 듯한 구절초를 보라

군자와 같은 의연한 자태

그 무엇에 비길 수가 있을까

아 아니

가을산천의

꽃인 듯 꽃이 아닌

오색단풍을 보라

세월의 호수에 몸조차 하나둘 던지며

뚜벅뚜벅 여유로이 피어오르는

오직 충성스런 가을이 빚은 꽃들을!

이건원·강릉시 포남 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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