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를 실시는 선진국들 중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은 전통적으로 주민에 대한 봉사를 명분으로 지방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회의 때 약간의 회의비와 교통비만을 받는다. 반면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유급제로 세비(봉급)를 지급한다. 그러나 인상 때마다 시민각계인사들이 참여해서 엄격히 심사하며 각급 지방의원들은 매년 세비의 사용내역을 자세히 선관위에 신고하고 국민에게 공개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난 한달동안 주민의 대표인 지방의원들이 주축이 돼 벌인 세비(봉급)인상의 쇼를 어이없는 심경으로 지켜봐야 했다. 서울시의회와 광주광역시 동구의회 등 몇군데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의회와 230여개 기초의회가 주민들의 쓰린 가슴을 외면한 채 그야말로 입맛대로 경쟁적으로 봉급을 올렸던 것이다.

1991년 7월 명예직무급제로 출발한 지방의회는 2기때부터는 수당과 자료수집비 명목으로 연간 1인당 1500만원 정도씩 지급받았고 끈기있는 유급화 투쟁결과 2005년 6월 지방자치법의 개정으로 작년부터 매월 의정활동비 명목으로 세비를 받았고 시행 1년만에 내년도 세비 인상작업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령(34조)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장이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각 5인씩 추천 10인의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위원회는 매년 10월말까지 주민의 소득수준, 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및 의정활동 실적을 바탕으로 하고 공청회와 여론조사로 주민의견을 수렴해 인상수준을 결정하게 했다. 그러나 이 규정대로 인상을 단행한 의회는 손에 꼽을 정도다. 위원회도 관련 단체인사들로 채우고 공청회도 없고 형식적인 인터넷 여론조사를 통해 사실상 멋대로 책정한 흔적이 역력하다. 지방재정자립도가 12.3%에 불과한데도 전북 무주군의회가 올보다 98%(연봉 4200만원)로, 12.4%인 충북 괴산이 84%(3900만원)로 올린 것은 난센스다. 또 경기 용인시의회가 처음에는 동결키로 했다가 여론이 가라앉자 기습적으로 36% 인상(4324만원)한 것, 그리고 충남 금산군의회의 경우 심의위원들이 써낸 최고·최저액을 제외한 나머지 안을 평균해서 올린 것은 저질 코미디상감이다.

경기도의회는 33.7%를 인상(7252만원)하여 지방의회 의원들 중 국내 최고액을 받게 됐다. 수도권에다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아 연봉도 1위인가.

강원도는 도의회가 10.7% 인상 (4665만원)했고 인제군의 경우 그동안이 저임금의 설움을 씻기 위함인가 90.1%(4380만원), 삼척시가 81.3%(4570만원), 양구 79.5%, 평창 78.7%를 올려 주민들의 눈길을 모았다.

지방의원들이 전문적이고 내실있고 실질적인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세비를 지급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인상소동은 과연 그동안 얼마나 생산적인 의정활동을 펼쳤다고 자랑할 수 있다고 벌인 것인가.

도대체 주민들의 만족하고 신뢰하고 존경할 정도의 생산적인 의정활동은 아직 멀었지 않은가.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물가상승 기름값 폭등 교육비 집값 불안정 등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데 소위 심부름꾼-공복인 의원들이 이런식의 인상쇼를 꼭 벌였어야 하는가.

지역과 주민에 대해 사심없는 봉사, 고행도 마다않겠다는 초심은 어디로 갔는가.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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