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 영 범
한국은행 강릉본부장
고액권 도안인물이 선정되어 발표되었다. 10만원권에는 백범 김구,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이 도안인물로 선정되었는데, 특히 신사임당은 강원지역이 낳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많은 도민들이 반기고 있으며 지역 홍보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화폐 도안의 소재로는 역사적 인물이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화폐의 도안인물은 화폐의 외적 요소의 핵심으로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민족정신을 대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역할모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 및 단체의 선호에 따라 각기 다양한 인물을 추천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하기 때문에 도안인물의 선정은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이 그동안 도안인물 선정과정에서 국민여론 수렴과 전문가 자문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반대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 아닌 일반인을 도안인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 5월16일 모자상(母子像)과 저금통장을 소재로 한 백환권이 발행되었다. 이 지폐는 당시 경제개발계획의 추진에 필요하였던 산업자본 조달을 위해 저축을 장려하고자 하는 의도로 한복을 입은 어머니와 아들이 책처럼 생긴 저금통장을 들고 있는 모습을 앞면에 배치하였는데 발행된 지 20여일 뒤인 6월 10일 제3차 통화조치의 실시로 새로운 화폐가 발행되면서 폐기되어 도안의 독특함과 더불어 유통기간이 최단기간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물 선정에 있어서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인물 대신 다른 소재를 화폐 도안에 사용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유로화(euro貨)이다. 현재 13개국의 EU국가에서 통용되고 있는 유로화는 여러 나라에서 사용됨에 따라 특정 인물을 도안으로 채택하기 어려워 유럽의 시대별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문을 앞면 소재로, 시대별 다리와 유럽지도를 뒷면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대부분의 지폐에는 인물이 주 소재로 사용되었지만 우리나라의 지폐에도 인물 대신 다른 소재들이 사용되기도 하였다. 1950년 발행된 최초의 한국은행권 중 백원권에 광화문이 도안으로 사용된 것을 비롯해 남대문, 첨성대 등이 사용되었는데 이렇게 문화유산 등을 화폐의 소재로 사용한다고 해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72년 발행될 예정이었던 만원권은 앞면에 석굴암 본존불을, 뒷면에 불국사를 소재로 하여 시쇄품(試刷品)에 대통령의 서명을 받고 발행공고까지 마친 상태였으나 종교계를 비롯한 여론의 반발이 심하여 발행이 취소되고 이듬해인 1973년 세종대왕상과 경복궁 근정전이 도안된 새로운 만원권이 발행되기도 하였다.

한편 당시 최고액권이었던 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물가는 12배 이상 상승하였고 1인당 국민소득은 110배나 증가함에 따라 현재 사용하고 있는 만원권의 가치는 당시의 천원권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뒷면 보조소재 선정, 화폐 디자인, 정부승인 및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등의 과정을 거쳐 2009년 상반기중 고액권이 발행되면 이와 같이 물가상승, 소득증가로 인해 국민들이 여러 장의 지폐를 휴대하고 주고받음에 따라 겪는 불편이 해소되고 수표 발행 및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신사임당이 화폐 도안인물로 선정됨에 따라 고액권 발행은 강원지역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강원지역이 배출한 율곡 이이와 더불어 어머니인 신사임당도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화폐 도안인물로 선정되어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와 지역개발사업 지연 등으로 의기소침해졌던 도민들의 자긍심이 크게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인 지역 홍보효과도 커 관광산업 등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도안인물 선정을 계기로 도민 모두가 자신감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우리 강원지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이루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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