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진 규
전 CBS춘천방송 본부장
“나는 바보야” 이 말은 지난 10월18일 서울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동성중고100주년기념전시회에 김수환 추기경이 출품한 그의 자화상 맨 하단에 적혀있는 글, ‘바보야’이다.

85세된 김추기경은 “나는 바보스럽게 살았어. 왜, 있는 그대로 인간으로서 제가 잘 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 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것 같아요.”

그렇다면 어떤 삶이 괜찮은 삶입니까, 물었더니 “그거야 누구나 아는 얘기 아닌가, 사람은 정직하고 성실하고 이웃과 화목할 줄 알아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도와 줄줄 알고 양심적으로 살아야 한다. 그걸 실천하는 게 괜찮은 삶 아닌가?”

많은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분의 말씀이다. 이 기회에 우리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자.

첫째, 그는 사회지도층 인사로서, 겸손하지 못하고 교만하며 남으로부터 대접받길 좋아했다고 자성하고 있다. 오늘의 사회가 그렇지 않는가? 좀 더 배웠다고, 좀 더 가졌다고, 좀 높은 자리에 있다고, 좀 더 힘있는 자리에 있다고, 좀 더 안다고 ‘나대고 아는 척하고 과시하고 허리 숙이는 법 잊어버리고 어느덧 목 디스크 환자가 되지 않았는가?

둘째, 그는 정직을 말하고 있다. 오늘날 누가 정직한가? 적어도 국가지도자는 정직해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 후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함은 물론 도덕적으로도 국민의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모로 가든 서울만 가면 된다는 일본식 정서를 오늘 한국민이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셋째, 성실해야 한다고 한다. 대부분 성실히 살고 있다. 땀흘려 일하고 농사짓고 자기일에 충실하지 않는가. 문제는 사회지도층, 지성인들이 자기 본업은 뒤로하고 왜 정치권에 줄을 서야 하는가, 헛된 공명심에 어느덧 속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있구나!

넷째, 이웃과 화목해야 한다. 지나친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이웃을 외면하게 한다.

이해관계를 떠나 이웃은 사촌으로, 관계되는 단체와 조직의 화목과 발전을 위해 두손모아 악수를 청해보자.

다섯째,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사는 사회가 괜찮은 사회가 아닌가?

이웃사랑은 비단 종교단체만이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눈을 돌려 주변을 살피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은 너무 많다.

여섯째, 양심적이어야 한다. 너도 속고 나도 속는 세상이 아닌가. 오늘날 양심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어느 지도자가 양심적일까? 순진한 어린 아기들에게서 양심을 다시 배우자.

아마 김추기경은 순박한 농촌마을을 생각한 것 같다. 소박하고 겸손하게 이웃과 정을 나누고 성실히 살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고 사는 사람이 좋은 시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나는 바보야....’

나는 욕심쟁이야, 나는 교만해, 나는 나만 알아, 나는 위선자야, 성공을 위해 무언들 못하랴.... 이렇게 사는 것이 바보지, 하고 자신을 되돌아 보자.

한국기독교가 평양대부흥운동100주년을 기념하여 대대적인 회개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불교계에서도 최근 신정아 변양균 사건을 계기로 대형 참회법회가 열리고 있다.

대선이 눈앞에 와 있다. 잠시 정치를 잊어버리고, 삶의 기본을 다시 일깨워 함께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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