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바람에 일렁이는

잔잔한 새벽의 경포호

이름 모를 철새무리

넓은 호수를 가득 메운다



무엇을 노렸는지

잠수 했다가

여기 저기서

물을 터느라 요란하다



절기로는 상강(霜降)이라

낙옆이 우수수하고

나날이 추워지니

철새 떼

몸 부비느라

호수엔 잔털이 뿌였다

잔잔한 호수에

상처투성이 잎새 하나

물에 뚝 떨어져

맥없이 뒤척인다



돌연 철인(哲人)이 되어

세월은 활을 떠난 시위 같아

발가벗은

나를 호수에 비춰 본다



슬금슬금

서쪽으로 기우는

새벽달을 따라가면서

만추의 경포호를 밀고 간다



이건원·강릉시 포남 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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