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라면 내년 5월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이 시작된다. 2007 남북정상회담과 현대아산의 후속 실무협의를 통해 백두산 직접 관광시대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그동안 백두산관광은 항공편으로 중국 본토를 경유하는 서해루트나 해로와 육로를 이용한 동해 북방루트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야 했다. 이렇게나마 백두산관광이 일상적으로 가능해진 것만도 진전이라면 진전이지만 늘 백두산을 맘껏 끌어안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컸다.

지난 98년 금강산관광이 시작되면서 남북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백두산 직접 관광은 민족적 비원이다. 지난 10월 2∼4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관광이 합의된 것은 따라서 관광루트의 개척을 뛰어넘는 함의가 있는 것이다. 백두산관광은 이미 2005년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바 있으나 여러 이유 때문에 미뤄져 오다 이번에 다시 가시권에 진입하게 됐다.

그러나 서울∼백두산(삼지연) 간 직항로의 역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가뜩이나 남북정상회담의 합의내용이 서해안 중심으로 이뤄진 데다 백두산관광마저 서울을 기점으로 이뤄질 경우 금강산관광을 통해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의 물꼬를 튼 동해안과 설악권의 거점기능이 크게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기존의 육로 금강산관광은 물론 속초∼러시아 자루비노∼중국 훈춘을 잇는 북방항로에도 적지 않은 파급이 예상된다.

정부나 현대아산이 서울∼백두산 직항로 루트를 선택한 것은 그 나름의 배경과 논리가 있다. 수도권의 상징성과 경제성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서울∼백두산 직항로에 대한 문제제기나 강력한 대안루트에 대한 제안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이른바 중앙의 눈으로 볼 때 차선책으로 여겨지는 제2, 제3의 루트를 상정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에 이어 최근 현대아산의 후속협의가 나온 이후에도 이 같은 기류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속초 고성 양양을 포괄하는 설악권은 시대적 기운과 주변정세의 변화와 맞물려 그 잠재적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악권은 육로(고성)를 통해 북으로 가고, 해로를 통해 북방(중국, 러시아)으로 뻗어 나가는 전초기지에 해당한다. 이제 곧 일본(니가타)까지 연결하는 항로가 확장된다. 여기에 양양국제공항은 동해안 유일이자 최북단의 항공거점이다. 양양공항은 이 같은 전략적 구상과 판단아래 강릉, 속초공항의 기능을 흡수해 탄생했다. 이렇게 되면 설악권은 자연스럽게 환동해 연안국가 간, 혹은 육·해·공 교통수단 간 환상(環狀)교통망의 터미널로서의 역할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개항 6년째를 맞은 양양공항은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올들어 1월∼8월 하루평균 승객 수가 117명으로 상주직원(82명)과 맞먹는 수준이고 지난 한해 적자액은 129억원에 달했다. 설악권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국가차원의 북방, 동해, 환동해, 동북아전략의 포석이나 국토 균형발전이나 통일시대의 거점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도 양양공항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양양국제공항이 활력을 찾도록 하는 것은 일개 공항의 성쇠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국가전략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백두산관광 직항로의 결정은 또 한번 양양공항의 운명과 설악권의 거점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될 것이다. 강원도가 양양∼백두산노선의 카드를 내놓고 정부와 현대아산이 전향적인 검토와 전략적인 판단을 한다면 온갖 논란과 우려를 잠재우는 윈-윈의 선택이 되기에 충분하다. 단일노선 지정에 부담이 된다면 복수노선으로라도 양양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어물어물하는 사이 백두산관광의 디 데이는 다가오고 이 겨울 양양공항은 더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생떼라도 써야 할 이 궁핍한 처지에 그 어디서도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 기분 나쁜 적막감이 더욱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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