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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를 떠나는 벗님들께

김영칠 . 2007년 11월 15일 목요일
존경하는 L국장, H과장, K실장, J면장 ! 이렇게 공식적인 직함으로 불러 볼 날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공직을 떠나더라도 사적으로 만날 기회야 있겠지만, 초야로 돌아간 후엔 부운(浮雲)같은 나그네가 되어 더욱 분망 할테니 기별도 힘들겠고, 야인의 적요(寂寥)를 즐기시는 벗님의 안일(安逸)과 평화를 깨기도 어려울 테니, 적조(積阻)는 더 깊어 질는지 모르겠습니다.

불과 10여년 전 30년대생들의 퇴직을 남의 일 같이 여겼는데 오늘은 우리 40년대들이 마지막 철수부대로 짐을 꾸리게 되었으니 세월의 흐름이 살 같음을 실감하겠고 인생사의 가고옴이 엄연함과 허망함을 알겠습니다.

이제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납니다만, 제가 본 벗님들은 다정다감한 인간성 위에 참으로 성실하고 근면한 행정가들 이었기에 못내 지울수 없는 진한 여운을 간직합니다. 보지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하겠지만 벗님들은 30, 40년에 이르는 어렵고 힘든 공인의 길을 걷는 동안 살얼음판 같은 조직사회에서 이렇다 할 흠결(欠缺) 하나없는 품행으로 입신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고(忍苦)의 노력을 쏟으셨나요. 진심으로 영예로운 퇴임을 축하합니다.

돌아보면, 공직은 힘들고 어렵지만 긍지와 명예로 보답받은 세계였습니다. 꿈은 가졌으나 적수공권(赤手空拳)인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문을 열어 주었고 지혜있는 일꾼들에게 매력있는 일감과 성취의 보람을 안겨주었습니다. 때로는 좌절과 실망과 분노도 있었지만 어깨에 짊어진 책무가 막중했기에 백인(百忍)의 자세로 감계(鑑戒)하고 혼신을 다하니, 땀의 결과는 정직한 보람으로 돌아 왔음을 확인합니다.

벗님들이 살아온 길고 오랜 인생의 뒤안길에는 우리 한국현대사의 신산(辛酸)한굴절들이 서려 있습니다. 광복공간의 와중(渦中)에 태어나 분단과 상잔의 아픔을 겪었고, 가난과 굶주림의 질곡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라발전의 초석으로 헌신한 소중하고 값진 괘적 위에는 벗님들의 공덕이 불멸의 비명으로 새겨져 있지요.

비록 세상이 많이 변하고 가치관이 달라져서 공직을 보는 일반의 인식이 평가절하를 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국가사회의 버팀목이요 근간인 공직의 존엄과 가치는, 정당하고 품격있게 상찬(賞讚)되어야 할 줄 압니다.

어떤 경우에도 명예와 긍지를 생명으로 여기는 공직의 전통이 훼손되지 않도록 후배들의 분발과 성찰도 당부를 곁들입니다.

선현의 가르침대로, 인간의 생사는 한조각 구름의 일어남과 스러짐이요, 관직 또한 반드시 체직(遞職)되고 벗는 것이 만고의 도리임을 알기에 부임(赴任)과 해관(解官)의 절차를 모두 아름답게 끝낸 벗님들의 방향(芳香)은 한 가문의 영예이자 지방행정사의 귀감이 되어 길이 남을 것이외다.

이제는 죽장(竹杖) 하나 들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면서 표표히 사라지는 벗님들의 멋진 뒷모습에, 뜨거운 안녕의 박수를 보내 오리다.

김영칠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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