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형 로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원장
지난 10월 25일 제2회 강원 의료기기 전시회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준비하였던 ‘원주 의료기기 10년사’책자 발간식도 함께 갖게 됐다. 지난 10년간의 원주 의료기기산업 성장과정을 통해 잘했던 일, 못했던 일들을 돌아보고 이를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좋은 기회가 됐던 것 같다.

아직은 원주지역의 의료기기업체 수가 국내 전체 업체의 3.7%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한 지역에 의료기기업체를 집적한 전문단지를 구축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국내 총 수출액의 12.7%를 차지하는 경쟁력있는 의료기기산업 클러스터로 성장하게 됐다. 또한 올해에는 국내 수출액의 15%를 넘어서 국내에서 가장 빠른 성장과 경쟁력 있는 산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실은 대단한 계획과 투자에 의해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의료산업과는 어떠한 연결고리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지난 1997년, 원주지역의 몇몇분들이 조그마한 고민을 바탕으로 의기투합해 도전을 시작한 것이 한 알의 밀알을 뿌리는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초기에는 원주시의 적극적 후원에 의해 기업을 위한 장비도 일부분 갖추게 됐고, 관리 인력도 지원받아 초보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산·학이 협력해 연구에만 몰입한 결과 부족하지만 초보적인 작품을 하나둘 개발하게 됐으며 이것이 지역 내에서 창업을 통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회사를 탄생시키고 원주라는 도시를 의료·건강도시로 이미지를 탈바꿈 시키는 토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러한 긍정적인 모습은 어디에서부터 나온 것일까?

이는 지난 10년간 지역사회의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먼저 강원도, 원주시의 전·현직 단체장과 시의회가 일관된 의지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해 투자한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강원도는 의료기기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사업의 추진력에 불을 붙여줬고, 원주시는 적극적인 투자와 홍보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해 줬다. 여기에 지역 언론이 10년 동안 일관되게 후원자의 역할을 담당한 것도 지속적인 사업추진에 큰 자극이 됐고 이는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함께 성장하려 노력한 기업들, 마지막으로 피부로 와 닿는 모습을 실감하지 못하면서도 원주 의료기기산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후원해 준 원주시민들이야 말로 가장 든든한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와 같이 원주 의료기기산업은 산·학·관·언·민 모두가 하나 되는 모습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희망이 있는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제 강원도, 원주시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평범한 논리를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할 때 의료기기산업이 강원도와 원주시를 대표하는, 국가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산업도 이제는 기득권, 나눠먹기 식의 정치적 관점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인구 2만7000의 독일 튀틀링겐이라는 조그마한 도시가 150년에 걸쳐 지역을 의료기기산업도시로 특성화 해 온 결과 450개 이상의 의료기기업체가 밀집하게 됐고 이를 통해 지역 직접세수의 50% 이상을 의료기기산업에서 얻고 있으며 시민 소득이 독일 전체 평균의 130%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도 의료기기산업을 통해 지역주민의 소득이 국내 평균소득의 150%를 넘게 될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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