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전문가 이상현씨 ‘즐거운 한옥∼’

   
‘한옥은 그 자체가 神이다.’

춘천 출신 한옥 전문가 이상현씨는 최근 펴낸 ‘즐거운 한옥 읽기 즐거운 한옥 짓기’(그물코)에서 한옥은 단지 육체만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그 정신까지 담는 그릇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한옥의 발생 배경과 역사에서부터 한옥을 짓는 데 필요한 중요한 이치, 실제 한옥 짓기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러니 땅에 기둥을 박는 것은 성스러운 교접이다. 그리하여 한옥이 생겨난다. 한옥에 들어서기 전, 담을 보자. 벽에 그려진 소나무는 부부 애정을 뜻한다. 소나무는 잎이 두개이기 때문이다. 포도나 연꽃이 있다면 이는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바람이다.”(본문 중)

저자는 용도 있고 범도 있는 대문의 그림은 그 집의 수호신이고, 지붕머리에 무섭고 재미있는 귀면기와(귀신의 얼굴이 그려진 기와)는 집으로 들어오는 더러운 기운을 돌려세운다고 이야기한다.

“용마루에서 눈을 굴리고 있는 용은 용케 들어온 잡귀를 물리친다. 처마 밑에서 지붕을 받치고 선 익공이 젖가슴처럼 유려하다. 그 젖가슴을 감싼 것이 수서이다. 수서를 풀이하면 혓바닥이다.”(본문 중)

한옥지붕과 관련된 말에 ‘새’가 많다고 한다. 막새, 곱새, 디새…. 이는 지붕을 하늘의 연결고리로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의 한옥은 하늘의 젖을 담는 그릇이라고 해석한다. 한옥의 철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계속된다.

“따지고 보면 방은 부엌에서 나왔다. 지금도 조선족은 부엌 정주간에서 생활한다. … 부뚜막에서 어머니는 밥을 짓고, 가족은 그 밥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춘천 한옥마을에서 태어나 서울 보문동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저자 이상현씨는 서울시립대학을 졸업하고 대한주택공사에서 일을 했다. 그동안 집이 주는 덕목을 오로지 편리함에 두고 있었지만, 공사에서 맡아보던 재개발 일은 집에 대한 저자의 눈을 바꾸게 했다.

주택공사를 그만두고 ‘용평리조트 30년사’ 엮는 일에 참여한 것이 한옥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그 뒤로 꾸준히 한옥 공부를 하면서 한옥을 좀 더 깊이 배우기 위해 한옥 목수일을 하고 있다.

이수영 sooyou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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