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40년 기념 ‘오정희 깊이읽기’ 출간
춘천살이 감회·첫 소설 ‘노래기’ 도 소개

▲ 오정희 깊이읽기
불의 강, 유년의 뜰, 바람의 넋, 옛 우물…

제목만으로도 문학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소설가 오정희의 대표 작품들이다. 춘천에서 오랫동안 창작활동을 하며, 문학적 깊이를 더해가는 그녀의 삶과 문학에 대해 살펴본 ‘오정희 깊이읽기’가 출간돼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문학 깊이 읽기’시리즈를 통해 한국 문학계에 훌륭한 자양분 역할을 담당해온 문학인의 면면을 정리해온 문학과 지성사가 열다섯번째 주인공으로 작가 오정희를 초대한 것.

책은 올해 갑년을 맞은 작가 오정희의 인생 60년, 문학역정 40년의 풍경을 3부로 나눠 담는다.

1부는 책을 엮은 우찬제 서강대 교수와 작가와의 대담으로 시작된다. 지난달 춘천시 퇴계동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에서 나눈 이야기 속에는, 오정희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문학이 솔직하게 드러나고 있다. 또한 그녀에게 춘천은 어떤 곳인지, ‘문학과 춘천’ ‘춘천살이’에 대한 감회도 소개해 눈길을 끈다.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을 즐기면서 어느 결에 30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의 낯섦은 많이 가셨지만 아직도 저는 이방인이고 앞으로도 그러겠지요. 그것은 이 도시에 대한 애증과 호오의 문제가 아니라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바라보는 자’로서의 시선을 견지하려는 작가로서의 자의식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3자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춘천을 보고 있다는 그는, 이 작은 도시에서 느끼는 매혹으로 쓴 소설 ‘구부러진 길 저편’을 소개한다.

작가의 자전에세이 4편에 이어 전상국 소설가는 ‘오정희 작가 민그림’이란 글에서 소설가 오정희의 인간적 면모를 말한다.

“오정희 작가만큼 동료작가들의 작품을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읽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대부분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은 다른 작가들 작품 읽기를 멀리하는 편인데 오정희 작가의 경우는 그게 아니다. 좋은 작품이 있다 하면 모두 찾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읽은 그 작품에 대한 남들의 생각까지 확인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2부는 그동안 오정희 소설과 성찰적으로 대화했던 비평·논문들로 구성된다. 우선 70, 80년대에 발표된 오정희 소설과 통어하고 이를 분석했던 필자 14명의 다양한 시각과 비평의 목소리를 한곳에서 살피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그 뒤를 이어 해외에 번역 소개된 오정희의 작품을 근간으로 삼아, 한국 문학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풀어야 할 숙제와 그 나아갈 바를 집중 분석하는 김용민 교수의 글과,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비평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던 90년대 오정희 문학을 재점검하는 이광호 교수의 글이 새로 실렸다.

3부는 그 동안 오정희 문학의 탄생과 함께했던 가족, 동료 작가, 지인들이 쓴 인간 오정희에 대한 따듯한 소묘들을 묶었다. 오랜 시간 혹은 단편적 시간을 함께했던 그들이 그리는 오정희는 그의 문학으로 읽히는 것과 동일하게 혹은 사뭇 다른 모습으로 많은 이야기를 낳고 있다.

특히 작가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발표한 처녀소설 ‘노래기’가 최초로 실렸다.

책을 엮은 우찬제 교수는“오정희의 소설은 구리거울에 새겨진 인생과 우주의 만화경이다. 어떤 이는 거기서 불안과 공포의 늪을 건너는 섬뜩한 아름다움을 읽어내고, 또 다른 어떤 이는 선험적인 고향을 상실한 잃어버린 영혼들의 존재론적 심연을 응시한다…. 하긴 오정희문학이란 휴화산에서 무엇을 읽지 못할 것인가. 눈 있는 자, 거기서 뜨거움에서 차가움에 이르기까지 생과 우주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인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수영 sooyou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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