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춘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건국 이래 최초로 가장 치열하게 전개됐던 국민직선은 1956년의 3대 대통령선거. 3년간의 6·25전쟁과 초토화된 상황 속에 자유당의 실정과 독재·전횡·장기집권기도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토대로 야당이 본격적인 정권교체에 도전한 것이다.

각당의 대통령·부통령후보는 자유당의 이승만·이기붕, 민주당의 신익희·장면, 진보당의 조봉암·박기출 등이다. 당시 민주당이 이승만 정권의 민생파탄 경제파탄을 꼬집어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선거구호로 국민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자 당황한 자유당은 “갈아봤자 별 수 없다”는 구호로 민주당의 인기를 저지하려고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박복한 국운, 나라의 운명인가. 선거 10일을 앞두고 신후보가 이리행 기차 안에서 급서하여 80대의 이 대통령은 쉽게 3선, 권좌를 지키게 됐다.

제17대 대통령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12명의 후보들이 등록한 가운데 어제부터 22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을 포함 건국 이래 11차례의 국민직선의 대통령선거 중 후보등록이 가장 많았던 때는 8명이 각각 등록한 13·14대 때였다. 그러나 13대(1987년) 3명, 14대(1992년) 2명이 사퇴했다.

이번 경우 12명 후보등록이라는 신기록을 세웠으나 범여권과 한나라당 쪽 모두 상황변화에 따라서는 일부후보들의 사퇴·단일화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과연 몇몇이 도중하차할 지 모두 끝까지 완주 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후보들 수가 많다 보니 선거전은 날로 가열될 게 분명하다. 더구나 이명박 후보는 BBK 등의 의혹, 정동영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집권당의 분열·이합집산·쇠퇴 등의 책임, 이회창 후보는 차떼기 대선자금 전력과 정계은퇴 번복, 이인제 후보의 경선불복, 권영길 후보의 진보개혁정책의 국민설득부진 등을 둘러싼 비방전 공방이 격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필자는 후보들에게 고치고 또 해서는 안 될 일들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는 모략·중상·비방의 흑색선전. 둘째는 전근대적인 바람몰이, 셋째 폭로·중대발표 등으로 국민을 놀라게 해서 분위기를 유리하게 역전시키려는 것. 넷째 금품·선물 돌리기, 다섯째 지역주의 자극, 여섯째 허황된 빈공약의 남발 등이다.

한마디로 한방으로 경쟁후보들에게 일격을 가하고 자신의 입지를 크게 돋보이게 하려는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방의 추억” “한방에의 기대” 등은 모두 부질없는 일들이다. 그런 헛된 꿈보다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민생안정·국민생활 향상과 국가발전에 대한 계획과 비전으로 국민을 설득하는데 전력해야 한다.

국민들은 5년·10년 전의 국민이 아니다.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정치인·정부보다도 더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 볼 줄 알고 지도자의 능력·자질·경험·경륜·도덕성·포용력 등을 평가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다. 특히나 후보들이 반칙 변칙 위법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생각은 빨리 버릴수록 좋다.

국민은 후보들이 아무리 흙탕물 싸움을 벌이더라도 후보의 말과 공약이 진실하고 합리적이고 믿음성이 있을 때 마음을 열 것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성춘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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