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성공한 디자이너 데이너 버크만에게는 중증 학습장애의 딸이 있었다. 버크만은 어느 날 심각한 공황장애를 겪는다. 장애인 딸을 들키면 어쩌나 하는 노심초사가 병의 원인이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일을 계기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점을 내보이는 것 즉 두려움 걱정 수치심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삶에 훨씬 더 큰 풍요로움을 가져왔다’고 그녀는 말한다. 양창순의 ‘마인드 포스’ 중에 나오는 구절이다. 자기개방(self-disclosure)은 긍정적인 면은 물론이고 부정적인 면까지도 상대방에게 노출하면서 관계를 재정비하는 개념이다. 약점을 드러내는 자기폭로가 공감대를 형성하면 신뢰감과 친밀감이 더 높아져 관계가 한층 돈독해진다는 것이 자기개방의 정설이라고 사회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이 때 좋은 관계 만들기의 성공과 실패는 무엇보다 개방의 진솔함 여부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의 남아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며 공공연히 말해 오던 가수 유승준이 어느 날 미국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병역에 대한 입장을 바꾸었다. ‘유혹의 소나타’라는 노래로 인기 절정인 가수 아이비가 양다리 데이트를 해 온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리고 전 애인이 가지고 있다는 동영상에 휘말리면서 고생하고 있다. 아이비는 ‘남자친구 만날 시간도 없다’ ‘여자 몸은 성스런 존재라 술 담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순결 멘트의 장본인이다.

유승준과 아이비는 둘 다 반듯한 가수라는 과대포장이 화근이 되었다. 대중을 열광시켰던 모범적 이미지의 상품성이 자신들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자기를 개방하는 데에 진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표리가 부동했고 책임질 수 없는 말들을 너무 쉽게 강조했다. 아이비나 유승준은 섹시한 외모에 노래도 잘한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사생활까지 추앙받는 아이콘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실수였다고 지적한다. 잘못은 했지만 가수로서의 실력까지 묻어버리기에는 아깝기 때문에 하는 소리들일 것이다. 문제를 일으켰다가 자신만의 전략으로 복귀에 성공한 연예인들도 많다. 아이비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지 두고 볼 일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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