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현 식
북부지방산림청장
왕가리 마타이는 1940년 케냐 니예리에서 태어났다. 1960년 그녀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생물학 석사학위를 딴 뒤 동아프리카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생물학 박사가 되었다. 1966년 케냐로 돌아온 왕가리 마타이는 산림파괴로 인한 숲과 농지의 황폐화에 충격을 받게 된다. 폭우에 강바닥을 이루는 대부분의 토양과 침적토가 유실되면서 토양의 양분들이 고갈되어 가는 것을 목격한 그녀는 녹화사업을 위해 케냐와 동아시아 전역에 위치한 농장, 학교, 교회에 30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왕가리 마타이가 녹화사업을 벌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단순히 국토를 녹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아프리카의 여성들은 음식을 담당하고 땔감을 구한다. 점점 가속화되는 산림파괴는 초지의 사막화가 점점 증가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땔감을 구하러 더 멀리까지 헤매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여성들이 집안에서 가축을 돌보고 아이들을 보살필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토가 녹화되는 것은 단순한 푸름을 넘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온다. 나무를 심는 일상의 작은 변화를 통해 가정이 안정되고 국가가 안정된다는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녹화사업은 FAO에서 ‘녹화성공국’으로 인정할 만큼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이제 우리 산 어디를 가 보아도 녹색의 푸른 물결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30여년 동안 약 100억 그루의 나무를 심은 결과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사람이 성장기에 따라 시기에 맞는 교육을 받는 것처럼 나무도 성장시기에 따라 적절한 숲가꾸기를 해 주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숲은 유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단계로 숲을 가꾸어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이용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 숲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의 숲을 직접 찾아가 그 속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우리 숲의 현 상태를 알 수 있다. 어린 나무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서로 가지가 맞닿게 되어 한 낮에도 컴컴한 숲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숲의 나무들은 서로 햇빛을 나누어 받게 되고 생장속도가 느려지며 아예 자라기를 포기하는 나무도 생긴다. 또 빽빽한 나무로 인해 땅에는 햇빛이 도달되지 못한다. 햇볕이 들지 않는 숲 바닥에는 작은 나무와 풀, 새나 야생동물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숲을 치유하는 길은 중간 중간의 나무를 베어주고, 죽은 가지를 제거하는 일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다음 세대를 위해 잘 자라고 있는 나무를 방해하는 나무, 칡 등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어린 나무가 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 이것이 숲가꾸기이다.

최근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 숲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몸체를 키워가는 공기청정기이자 탄소통조림 공장이므로 자연공장이 원활하게 가동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나무를 심는 열정에 이어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숲 가꾸기를 통해 나무의 경제적인 가치는 물론이고 환경적인 가치도 증진시켜야 한다.

200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왕가리 마타이 박사는 노벨평화상과 환경이 어떤 관계가 있냐고 묻는 질문을 받고, 많은 전쟁이 자원에 대한 싸움이었고 자연자원의 보전과 보호가 바로 평화유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 우리나라의 안정과 평화를 지속시켜 줄 것이다. 숲가꾸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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