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지식 못지 않게 감성도 중시될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토플러의 말이다. 감성경영 감성리더십 감성지수…. ‘감성’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단어가 되었다. 어느 일에서든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가장 빠른 승부수일 수 있다는 것이 요즈음의 보편적 정서이다. ‘감성의 정치학’의 저자는 유권자가 후보를 보는 눈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논리정연하고 잘 생긴 앨 고어보다 덜 똑똑한 부시에게 감성적으로 더 끌렸고 따라서 부시가 승리했다는 분석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인상을 평가할 때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부정적 특성들이 인상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을 ‘부정성 효과’라 부른다. 대선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후보자의 홍보가 한창인 요즘 한 치의 쇠붙이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촌철살인 (寸鐵殺人)의 선거전이 종횡무진하며,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하는데 주로 초점이 맞춰진 네거티브 광고가 횡행하고 있다. 부정적 메시지는 긍정적 내용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게 파급된다는 ‘부정성 효과’를 이용한 선거운동이다.이 전략은 누굴 뽑아야 한다는 이유가 그 후보의 적격성 때문이 아니라 상대편이 더 싫기 때문이라는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주로 열세에 있는 후보들이 사용한다. 효과도 있음이 입증되었다.그러나 선거전의 주된 장르가 비방인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네거티브는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을 넘어서 ‘왜곡과 흑색선전’을 떠올릴 수 있는 떳떳하지 못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정당의 후보가 자신의 광고에 선두 후보의 얼굴을 크게 넣고, 문구들을 모두 언론의 집중공세가 되었던 사안들을 비꼬아서 실었다. 정적이 되고 있는 후보의 결점을 낱낱이 밝히는 방법으로 살아 남기를 택한 후보는 언젠가 자신도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의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아직 당당하고 훈훈한 선거전을 즐기는, 유권자의 온전한 감성 및 권리조차 누릴 수 없는 것인가.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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