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월 법흥사 주지 도완스님


중국의 장자(壯者)가 어느 날 동산에 올랐다가 큰 새가 눈앞을 스쳐 나무위에 올라앉은 것을 보았다. 장자는 ‘무슨 새일까’ 궁금해 하며 활시위를 당겼다.

그런데 문득 매미가 나무 그늘속에서 쉬고 있는 게 보였다. 더 자세히 보니 그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사마귀가 잔뜩 노리고 있었다. 그 사마귀를 또 나무 위에서 새가 잡아먹으려고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장자가 이것을 보고는 “모두가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당장에 자기 몸에 닥쳐올 위험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기구한 조화로다”라고 말하고 뒤돌아 섰다.

장자는 집에 돌아와서 며칠 동안이나 방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제자가 걱정하며 “요즘에 스승께서 매우 불유쾌해 하시는데 무슨 까닭입니까”하고 물었다.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사물의 겉만 바라보느라 나를 잊었다 탁한 물을 너무 많이 본 탓인지 맑은 못을 잊어버렸다”고.

나중에 장자는 이런말을 남겼다. “여름매미는 봄도 가을도 모른다. 여름 뿐의 짧은 수명이다.”한 평생 자신의 철학을 지키며 살다 죽은 장자는 죽는 날까지 가난했다.

그래도 그는 마냥 행복해 했다.


送舊迎新의 참의미


모두가 희망에 들뜬 세모(歲暮)에 문득 생각나는 장자의 일화이다.

사람들은 이맘때면 버릇처럼 ‘送舊迎新’을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 참뜻은 그저 가는 세월을 보내고 오는 해를 맞이함에 머물고 있지 않음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언제나 새롭다는 것은 바뀜을 의미한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나와 사물이 변하지 않으면 그것은 ‘정체’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게 되고, 또 그래야만이 치열한 세계화와 생존경쟁의 현대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우리는 지금 너무도 절실히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성실과 혼돈의 시대


우리는 이 즈음에서 바로 1년전 모습을 돌아다 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이제야 비로소 IMF를 탈출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다시 급정상의 궤도에 올라선 한국경제에의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돌아온 곳은 ‘반토막 주가(株價)’와 ‘100만 실업’으로 대변되는 암울한 경제 상황이다.

이제는 혼돈을 넘어 상실감과 박탈감에 사로잡혀 차라리 자포자기의 심정이라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듯 싶다.

물론 우리 경제의 앞날에 ‘낙관’과 ‘비관’은 아직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남은 경제개혁만 완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서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이라는 질문에 귀착하게 된다. 소위 개혁과 구조조정의 고통분담이라는 것이 힘 없고 가난한 서민과 노동자들만의 몫이냐는 볼멘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음을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든 부실 기업주들은 국민의 혈세로 자기 배를 채우고 일부 부유층들의 초호화판 사치행각과 ‘힘있는 분’들 끼리만의 부패사슬은 오히려 더 심해져 목불인견(目不忍見)의 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왜 힘없는 노동자와 서민만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점점 더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로부터 출발하는 참개혁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 허물을 가족과 조직, 또는 사회와 국가의 탓으로 돌리기를 좋아한다.

특히 사회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측면에 있서 결코 자유롭지 못함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이 지경으로 병들게 한 원인은 어쩌면 나 스스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성(自省)이 곧 우리가 당면한 개혁의 제일화두(第一話頭)라는 생각을 신년벽두에 해보게 된다. 그리고 남과 사회탓이 아닌 ‘나로부터 출발하는 참개혁’만이 최소한의 정체성과 생활기반마저 송두리째 무너져 가고 있는 우리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근원적 힘이라는 사실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하루속히 자각(自覺)하고 솔선수범하는 것만이 위기의 한국사회를 구하기 위한 유일한 처방임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우리를 그토록 타락시켜왔던 극단적 이기주의와 유물주의(唯物主義)에서 벗어나 ‘진정한 마음과 생명’의 본래자리로 돌아갈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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