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한 ‘발전’은 발견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오는 것입니다.” 32년 만에 하버드대 졸업장을 받게 된 빌게이츠가 졸업식장에서 한 연설문의 핵심 문장이다. 이미 많은 혜택을 부여받은 하버드생들은 세계의 불평등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한 메시지이다. 이 연설문은 36조원을 기부해 화제가 된 워렌 버핏과 함께 만들었다. 결국 이들은 개인의 힘으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큰 기부를 택한 셈이다. 미국은 작년 한해 기부금이 약 274조원에 이르렀다. 국내 총생산(GDP)의 1.67%이다. 이 금액의 75%는 개인 기부금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사회 전체가 기부에 익숙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루 아침에 따라 잡을 수 없는 값진 문화이다.
21세기 형 부자의 전형으로 욘족(yawns)이 거론된다. 젊고 부자지만 나눌 줄 아는 것이 이들의 특색이다. 빌게이츠가 대표적 인물이다. ‘Young and Wealthy but Normal’을 줄인 욘족은 영국의 선데이 텔레그라프가 자선활동에 충실하면서 자신들은 평범한 삶을 즐기는 엘리트 부자를 지칭하는 데서 유래했다. 끊임없는 기부로 소문난 가수 김장훈 씨, 200억 이상의 기부를 작정한 의사 송명근 씨 등이 이에 해당된다. 재산가치가 올라 마음이 변할까봐 기부를 공개하기로 했다는 송 교수나, 남을 위해 돈을 쓰면 행복해지기 때문에 자신을 ‘행복중독자’라는 김장훈 씨가 한해 끝자락의 공허함을 잊게 해준다. 부자들의 사심없는 개인 기부가 낯선 우리들이기에 이들의 나눔 실천은 오래 여운이 남는 감동 그 자체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