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 길
속초신협 이사장
아침햇살의 붉은 기운을 머금고 달마봉 정상에 버티고 있는 노송, 울산바위의 성곽 같은 웅장한 자태는 설악 동쪽의 수문이다. 미시령에서 내려다 보는 속초와 동해바다 그리고 작은 도시에서 갈라진 청초호와 영랑호의 수면이 유난히 빛난다. 백두대간을 넘어 드는 설악의 준봉을 휘감고 마치 하늘에서 달려가는 느낌을 품은 채 신선봉 줄기를 타고 태고의 전설이 묻어있는 울산 암의 비경에 측면에서 눈을 맞추며 세속의 삶의 고단함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여정을 위해 두 팔 힘껏 하늘을 뻗치고 울산암이 품고 있던 깊은 정기를 마음껏 들이 마신다. 백두산에서 남쪽으로 내리뻗어 기나긴 등뼈가 백두대간의 허리를 받들고 있는 설악산 준령, 신비가 가득한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첫 봉인 신선봉과 첫 암자인 금강산 화엄사 스님의 불경소리를 들으며 영을 넘어가고 넘어오는 한 많은 고개다.

‘설악산 미시령에 눈이 내려 교통을 전면 통제 한다’고 전국 방송망을 통해 기상청에서 날카롭게 멘트한다. 그만큼 미시령 구 도로는 국민적인 사안되었다. 미시령 터널이 관통하기 전에는 눈이 내리면 제설작업으로 차량이 정상적으로 운행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눈이 조금만 내려도 이를 방관하며 교통을 전면 통제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그 이유는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원도가 무책임하게 미시령 터널이 완공되자 구 도로를 2006년 9월1일자로 강원도 관리에서 고성군이 관리하는 군도 8호선으로 이관시켰다. 이제부터는 미시령 구 도로가 고성군 예산으로 도로 개보수 관리 유지해야 하는 입장에서 우리들의 시선에서 애써 멀리 감추려고 한다. 눈이 내려 차량통행이 차단된다면 적어도 설악권 지역민에게 미시령터널 통행료를 무료로 하는 정책적인 배려를 해줘야 할 것이다. 반세기를 기다린 미시령터널, 몇 년 공기를 앞당겨 주었다고 하여 30년 동안 그리고 매년 수십억의 손실을 도민의 혈세로 보전해주는 이 슬픈 현실에 대하여 김진선 도지사를 비롯해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우리 서민들은 조그만 실수가 있어도 이 사회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공직자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실수를 범하였다면 공직자로서 당연히 경제적, 정신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공직자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이며 의무사항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직자의 실수로 국가적 재원을 손실케 하였다면 그 책임을 묻기 전에 스스로 해결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 책임을 두려워 하지 않는 공직자는 반도덕적 공직자며 부패한 공직자다. 미시령터널 공사를 주도했던 강원도의 과실로 매년 약 40억원이라는 도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미시령 터널공사로 경제적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이 떠안고, 이득은 사업자가 챙겨 가도록 배려했던 지혜는 어디로 갔고 눈이 조금만 내려도 차량통행을 막고 터널 이용을 의도적으로 선회하도록 하는 전략은 아직까지 지역민을 우롱하며 책임을 생각하지 아니하는 명백한 입증이다. 당초 미시령도로는 1956년 개통될 때 국도의 지위를 지니고 있었다. 1996년 미시령 도로는 국가지원지방도로 승격되었다. 그후 미시령터널이 완공되자 미시령 구 도로를 고성군으로 이관시켜 4개 시·군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 중대한 사건으로 기억할 것이며, 국토 균형발전을 외면한 정치적인 계략에서 배신감을 느낀다. 도지사는 미시령 구 도로에 대해 눈이 내려도 차량들이 통행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고 도민의 혈세 손실에 대하여 임기 전까지 반드시 해결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또한 죄와 벌 앞에선 부당한 처리가 없도록 새 정부는 반드시 입법화하여 법률적으로 억울함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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