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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 자

강릉시청 관광마케팅 담당
인류의 역사는 변화와 반복의 순환고리다. 그것은 기존 질서의 숨막힘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이었고, 변화의 격동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찾아내려는 안정에 대한 희구였다. 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처럼 ‘역사적 성공의 반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에서 비롯되었고, 역사적 실패의 반은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되었다’.

결국, 변화는 개인적으로 주변적 인물에서 벗어나 스스로 중심이 되는 자신의 세계를 찾기 위한 노력이다. 조직과 사회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주변적 초라함과 무력함에서 탈피하여 스스로 중심이 되는 조직과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초라한 과거밖에는 만들어 내지 못하게 했던 주변성의 원인들을 공격하고, 내재적 강점과 재능에 의존하여 이를 계발하고 성숙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다. 즉 약한 DNA가 만들어 놓은 과거의 정체성의 일부를 공격하여, 강한 유전자에 기초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변화의 기본적 과정이다. 사람으로 말하면 자신의 가능성을 가지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지역으로 말하면 그 지역의 잠재력과 부존자원을 활용하여 최고의 브랜드를 만들고 명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변화를 통해 성취해야 하는 필생의 프로젝트다.

모든 게 기존 테두리에서 변화하고, 바뀌고, 진화하고 있는데 성역이란 있을 수 없다. 바다를 대상으로 하는 해수욕장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브랜드 파워의 핵심은 명칭에 있다. 초일류기업 ‘삼성’이 그렇고, ‘소니’가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해수욕장이라는 명칭도 이제 변화를 맞고 있다. 최근 전국 지자체를 중심으로 여름 한철에만 이용하는 장소로 인식되어 있는 해수욕장을 사계절 관광개념을 포함한 특화된 명칭으로 바꾸고 있는 흐름이다. 강릉시도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이런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해수욕장의 원래 기능과 특징, 장점 등을 살려 대형 야외 목욕탕 같은 이미지를 주는 명칭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일례로, 국외적으로는 프랑스 남부 지중해의 끝없이 펼쳐진 해안을 ‘꼬트 다쥐르’(Cote d‘Azur), 우리말로 ‘쪽빛 해안’으로 불러 해안지역 전체 지명으로 굳어져 세계적인 명소가 됐고, 국내에서는 전남 신안군 비금도 하누넘 해수욕장이 하트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하트해변’으로 명칭을 변경한 이후 TV 드라마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강릉권의 해수욕장 명칭 대부분이 지역 명칭을 따라 사용되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구시대적인 명칭에 대한 발상 전환과 재검토가 필요하다. 최근의 관광 트렌드를 볼때 ‘해수욕장’이라는 용어는 더욱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직접체험 및 활동성이 강해지고 있고, 테마별 관광활동의 추세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해수욕장이라는 명칭은 기능적 측면에서 보면 제한된 관광활동에 한정되어 있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유명 해수욕장의 경우 명칭 변경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인지도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변경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변화는 훌륭한 스승이다. 변화는 떠남이다. 불만족스러운 현재를 떠나 바람직한 미래로 향하는 끝없는 여정이다. 따라서 성공하는 조직은 모두 혁신하는 조직이며, 비전이 있는 조직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 해야 할 것은 변화의 실패가 아니다. 두려운 것은 변화를 외면하고, 그 두피를 쓰고 멈춰서는 것이다. 해수욕장 명칭변경도 변화의 한 축이다. 사계절 해양 관광지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포해변’, ‘주문진해변’ 등의 경우와 같이 먼저 변경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이 필요하므로 지면을 통해 다수의 의견을 듣고 싶다. 이번 명칭 변경으로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우리지역의 우수한 관광자원인 바다를 사계절 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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