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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를 넘어선 건축문화

서 준 섭 강원대 교수

서준섭 . 2007년 12월 14일 금요일
   
서 준 섭  강원대 교수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다면 그것은 특히 각 나라의 건축물에서 잘 드러난다. 각국의 건축물은 그 생활과 문화, 삶의 방식과 그 정신적 분위기를 드러내는 문화적 지표이다. 서유럽의 고색창연한 웅장한 석조건축물들, 중국의 웅장한 궁성과 성곽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일본의 건축 문화와 비교되는 한국의 고유한 건축문화는 무엇일까. 강원도의 건축물과 집들의 문화적 특성은 무엇일까.

잘 복원된 궁성들, 도심의 현대식 빌딩, 고층 아파트, 오래된 사찰들, 잘 보전된 몇몇 전통가옥들, 도시의 무뚝뚝한 관공서 건물들, 시멘트나 석재로 치장된 도시의 건물들, 실용성을 강조한 유행 건축물, 개성과 미감을 살리지 못한 실용주의적 상가와 주택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건축물들은 그래도 대도시다운 품격과 규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소도시, 소읍, 시골로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것이 현재 우리 건축 문화의 모습이 아닐까. 세계경제 제 11위 국가, OECD 회원 국가로서 우리가 좀더 노력해야 할 점이 있다면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건축 문화의 전반적 질적 향상 문제가 아닐까 한다.

한국의 현재 건축문화는 크게 향상되었으며, 그것은 우리의 경제 수준과 문화적 수준을 대변하는 문화적 지표의 하나이다. 이점은 다른 나라, 특히 선진 국가들의 건축문화와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우리의 건축 문화의 전반적 질적 향상이 요구된다고 할 때, 이것은 건축물 하나에 그치는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건축 문화란 경제, 사회, 문화, 시민 의식 등에 걸친 사회 전반의 점진적 발전, 질적 성숙과 관련된 문제이다. 건축물은 그 나라의 시민생활 문화의 총체적 반영이자 그 표현이다. 이런 사실을 전제하면서, 우리의 건축 문화의 질적 향상을 위한 몇 가지 단상을 덧붙여 보기로 한다.

첫째 건축물의 일차적 실용성, 편의성, 기능성만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기능주의의 극복이 필요하다. 집을 지을 때, 단순히 값싸고 편리하고 튼튼하고 쓸만하다는 단계를 넘어서야, ‘문화’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이 나올 수 있다. 우리 주변의 건물들은 대개 실용주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 건물들이 아닐까. 디자인, 재료 등에 신경을 조금만 더 쓰면, 같은 돈을 들이더라도 좀더 집다운 집을 지을 수 있다.

둘째 건축물의 규모, 작품성, 품격 등을 한 단계 높여 나가야 한다. 한때 우리 주변에는 이웃의 잘 지은 건축물에 대한 알 수 없는 거부감, 위화감 같은 것이 존재한 적이 있있다. 이제 세상은 변했고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한국에는 왜 큰 건축물이 없느냐’고 쓴 일본인 여행객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강원도의 대표적 건물, 자랑할만한 건축물은 무엇일까. 옛건물을 복원하고 있지만, 오래 남을 작품다운 현대 건축물이 많았으면 좋겠다.

셋째 한국 고유의 건축양식인 한옥의 현대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한옥은 지붕 곡선의 우아함, 고전적 품격, 환경친화성 등에서 아주 매력적인 건물 양식이다. 양옥에 밀려나고 말았지만, 최근 한옥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는 현상은 반가운 소식이다. 한옥의 멋을 살리면서 새롭게 디자인하고 현대적으로 재창조한다면, 한옥이야말로 한국인의 미래의 건축양식이 될 수 있다.

개인 소유의 건물은 그 개인의 취향과 개성의 표현이다. ‘집의 문화’에 대한 각 개인의 문화 의식과 안목이 한 단계 성숙될 때 우리의 건축문화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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