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명 강원대 경영관광회계학부 교수

김재명  강원대 경영관광회계학부 교수
일요일 아침 찬양대에 있을 시간에 응급실에서 오한으로 떨고 있는 아내를 보며 20여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한 곳의 의사는 수술하라고 하고, 다른 곳의 의사는 서른이 넘도록 이 정도이니까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 때 수술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수술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고, 이제 다시 동일한 주제를 갖고 선택을 해야만 한다. 다만, 달라진 것은 수술 여부가 아니라 어디에서 누구에게 수술을 맡길 것인가이다. 아내는 ‘의료 과소비’ 라며 의사를 믿고 이곳에서 수술할 것을 권하지만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문외한이면서도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하려니 이런저런 모양으로 애를 태운다.

경영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사람을 뽑고 승진시키는 일도, 투자 여부와 철수를 결정하는 것도 모두 의사결정이다. 그 의사결정 방법과 기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면서도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아쉬운 의사결정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때론 채택의 오류(accept errors)를 범했고, 기각의 오류(reject errors)를 경험하기도 했다.

“기업은 곧 사람이다” 라고들 한다. 이 말은 직원들이 그 기업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자산이라는 의미이다. 기업은 이들을 통해 경쟁우위의 대부분을 창조할 수도 있고, 내부고발과 기술유출로 큰 손실과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 기업만이 그럴까. 한 집안의 새 식구가 들어오는 것부터 시작하여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의 핵심자원은 사람이다.

선발은 채용 이후에 있을 그 사람의 업무 능력을 예측하는 과정이다. 이와 같은 선발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결과는 일반적으로 4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지원자가 그 직종에 잘 맞을 것으로 예측하여 고용하거나, 그 직종에 맞지 않을 것 같아 고용하지 않는 결정이다. 이 예측이 성공적이었을 경우 지원자를 잘 받아들인 것이고, 잘 거절한 것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직종에 잘 맞고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를 불합격시키거나, 능력이 없고 그 직종에 잘 맞지 않는 지원자를 합격시켰을 경우에 나타난다. 이름 하여 전자는 기각오류이고 후자는 채택오류이다. 지원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채택오류와 기각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줄이고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잘못된 선발은 그 대가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효과적으로 선택하고 잘못된 선택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도록 선별과정에서 잘 디자인된 다양한 방식을 사용한다.

일본 내쇼날의 창업자인 마쓰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사업경영을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이 그 자체가 창조의 연속이라고 보았다. 겉만 보면 단순히 물건을 만들고 있는 것 같지만 그 과정 모두에 경영자의 정신이 살아서 약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경영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더욱이 국가 경영자의 일은 각기 창조적 활동인 한 부문 한 부문을 국가 전체 차원에서 종합하고 조정하는 또 다른 차원의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달라졌고, 감당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 국민은 출사표를 낸 국가 최고경영자 후보자들 가운데서 그 일들을 감당해야할 적임자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답을 쓰고 행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이 일을 잘 감당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나랏님은 하늘이 낸다’는 옛말이 있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뜻이 모여 채택의 오류와 기각의 오류를 줄일 수 있도록 성스럽게 한 표를 행사하자. 내 한 표에 이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달려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내 아내의 수술에 관한 투표권은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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