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인들은 용도와 위치, 경관에 따라 집을 짓고 걸맞은 이름을 명명하여 멋과 풍류를 즐기며 격조와 삶의 질을 높여 왔다. 며칠 남지 않은 세 밑에 초가삼간 하나 없어 추위에 떨며 집 없는 설움에 지친 서민의 아픔을 헤아려 본다.
수십 채의 집을 갖고 떵떵거리는 졸부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인사들은 고대광실 제집을 제쳐두고 더 넒은 청와대에 들어가고자 혈안이 되어 싸우고 있다.
필자는 옛 선인들의 풍류를 흉내낼 양 집 앞 밭머리에 자그마한 원두막 한 채를 지었다. 어찌 하다보니 다락이 생겨 흡사 2층처럼 되었다. 어줍잖게 이름을 짓기로 마음먹고 고심 끝에 단층은 우화정, 다락은 동천루라 명명했다. 그 속뜻은 각자의 식견에 맡기고 내 딴에는 곤충의 번데기가 변태 과정을 거쳐 날개가 생겨나는 것을 우화라 했다. 나 역시 계속 변화 발전코자 하는 열망과 또 평소 신선에의 동경이 강렬했던 내 오랜 마음의 나래를 펴 위 다락에라도 날아오르고픈 소박한 꿈을 담아 동천이라 했는데 이런 내 꿈이 너무 야무지다 탓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꿈마저 접어서야 그게 어디 산 사람이랄 수 있겠는가. 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런 꿈을 꾸련다. 혹 지나는 길손 들러 쉬어가도 좋고 정겨운 친지 오면 더 좋고 ‘유붕이 자원방래면 불역열호아’라 하신 공자의 말씀처럼 지기 찾아오면 더 없이 좋으련만 혹 찾는 이 없으면 어떠랴.
내 평생의 지기 내자 혜원과 더불어 몇 잔 술 비우며 마음도 비우고 풀내음 꽃향기에 취해 스쳐가는 바람결에 세상사 얻어 듣고싶다. 이마저 시들해질 양이면 음풍농월과 운외한담으로 안빈낙도하며, 청산을 벗 삼아 바람처럼 구름처럼 그렇게 살아가리라.
이에 칠언절구 한시를 지어 심상을 표출해본다.
何人祈願病無康 사람은 누구나 병 없이 건강하길 원하고, 不老長生不死望 늙지 않고 죽지 않고 오래 살기 바라지만, 性命兩修神鍊達 천부의 성과 명을 닦고 정신을 연달해야, 登仙羽化洞天宮 우화등선하여 신선의 궁전에 오르리라.
장유경·춘천시 서면 현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