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기 순
강릉시 재난관리과장
태안 앞바다는 지난 6일 한국 해상 크레인선과 인도국적 유조선의 충돌로 검은 재앙을 당했다. 우리 강원도가 태풍(루사, 매미), 산불의 피해를 입어 어려움을 겪을 때 태안군이 도움을 주어 용기를 얻은 바 있어 보은으로 강원도 공무원, 강릉지역자율방재단 팀들이 기름찌꺼기 제거 봉사활동에 나섰다. 강릉시청 공무원 40명은 사고 일주일째 되는 날 팔봉면 가로림만 안쪽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 날 기름유출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서원면의 안내를 받았다. 지난 14일 이른 아침 오전 7시에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부탁한 식당주인 라경덕씨는 “태안 유출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식당과 숙소의 예약률은 0%로 뚝 떨어졌습니다”, “한 끼 식사를 강릉에서 팔아주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바쁜데도 불구하고 20km 떨어진 만리포 해수욕장 바로 옆 모항까지 안내했다.

서원면 모항리의 아침 날씨는 찬바람이 불면서 쌀쌀하였으며, 태안해양경찰서 직원이 일찍 찾은 우리에게 노트에 그려진 작업위치를 설명해 주었고, 모항상가번영회원으로 하여금 모항해수욕장 작업 현장까지 안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강릉에서 준비해 간 비닐옷을 입은 다음 마스크, 장화, 고무장갑으로 방제복장을 갖추고, 15ℓ 짜리 플라스틱 양동이, 삽, 바가지, 흡착포 등 재해복구작업 도구를 들고, 모항상가번영회원의 안내를 받으면서 모항 방파제 넘어 해수욕장을 가니 갯바위, 자갈, 모래가 있으나 유출된 타르의 검은 기름으로 범벅이 되어 바위에 붙어 자생하던 어리 굴은 죽어서 껍질만 남아 있고, 해양생물은 전혀 만날 수 없는 상태로 듣기보다 심각했다.

바다를 일구어 생활하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새벽부터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강릉시 공무원들은 원유 찌꺼기를 양동이에 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오전 10시쯤 5만명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몰렸으며 위쪽에서 작업을 하는 정유사 직원들은 4일째 와서 검은 기름을 닦아냈다고 한다. 우리 팀도 열심히 기름찌꺼기를 삽과 바가지를 이용하여 양동이에 담고, 기름 범벅의 갯바위와 자갈은 부지포로 눌러 닦는 일을 한나절 하고 점심때가 되어서야 쉬었고, 서산 도시락에 주문한 도시락을 야외에서 먹는데 부녀 자원봉사단체의 따끈한 컵라면이 꿀맛이었다.

오후 1시부터 군인 자원봉사자들 2000여 명이 들어오면서 작업은 활기가 넘쳤는데 여러 자원 봉사자들과 두 줄로 서서 4km 밖에서부터 담아놓은 타르기름 양동이를 릴레이로 받아 넘겨 방파제 밖으로 내 보내어 차량에 실을 수 있도록 했다. 오후에는 태안해양경찰서 직원의 설명이 있었는데 14일 (음력11월 5일)은 물 때이고, 오후 3시부터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하여 오후 6시55분 만조에는 최고 613m까지 차며, 일몰은 오후 5시15분이므로 오후 3시까지 작업을 마쳐야 한다고 하였다. 오후 3시가 되어 모두들 자원봉사활동을 마쳤다. 버스로 돌아오는 길 TV뉴스에는 안면도 앞바다에 또 대규모 타르 덩어리가 관측되었으며, 타르는 생태에 치명적 영향을 끼친다고 전한다. 신문에는 안면도 연륙교 아래는 폭이 200m 정도 불과해 이곳이 뚫리면 충남 최대 자연산 굴 서식지 이자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이 검은 재앙에 노출되어 초긴장 상태에 빠져 있다고 전한다.

태안군의 검은 재앙, 이제 우리가 나서 도와야 할 때다. 생태 환경부서, 해양수산부서, 재난관리부서, 봉사관련부서, 여성 공무원 등 직접 관련이 있는 공무원들은 타르에 덮인 서해안의 갯벌 생태 환경 우리가 도와 주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환경과 안전의 중요성을 체험으로 배워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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