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것만 학대가 아닙니다"

지난 12월 춘천 모중학교 2학년생 민혁이(가명)는 집에 들어가는게 고역이었다.

학기말고사에서 80점을 넘지 못해 아버지에게 혼이 날 것이 무서웠기 때문. 민혁이 아버지는 한 회사의 과장이라는 사회적 지위에도 못 배운 것이 한이 돼 아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성격.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매를 드는 것은 물론 밥을 안주는 일도 종종 있을 정도다.

이를 보다 못한 민혁의 고모가 아동학대예방센터에 호소를 해와 상담원이 방문을 신청했지만 민혁이 아버지는 상담원 만나기를 거부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사정한끝에 상담을 실시한 결과 민혁이 아버지는 자신의 행동이 학대인 것 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상담 후 학대가 줄었지만 일종의 금단현상에 빠진 민혁이는 현재 아버지가 또 언제 때릴지 몰라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민혁이의 사례는 ‘지나친 훈육에 의한 학대’로서 전형적인 학대의 개념정립이 안 돼 있는 경우이다. 또 명백한 폭행을 하고도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웬 간섭이냐’라며 오히려 상담원을 나무라는 부모도 더러 있는게 사실.

지난 2일에는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에게 상습적 폭행과 학대를 받아오던 6세 女兒가 끝내 숨을 거둔 사건이 발생했다.(본보 3일자 19면, 4일자 15면)

물론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아동학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행위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월 문을 연 강원도아동학대 예방센터 상담원에 따르면 개소한지 두달여 만에 3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실제 학대받는 아동은 이 숫자를 훨씬 넘는다는게 상담원의 설명.

지난해 개정된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의료인, 교사, 친척 등 제3자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학대행위땐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신고를 소홀히 한 경우에도 방임죄가 적용되는 등 처벌요건을 강화했다.

鄭東煥 아동학대예방센터소장은 “무엇보다 어른들이 아동학대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후처벌보다는 가정을 보호하고 회복되도록 돕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예방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아동학대의 유형

△방임-아동의 의식주 등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행위

△정서적 학대-아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주지 않는 행위, 아동을 다른 아동과 부정적으로 비교하는 행위, 부모의 불화에 아동을 포함시키는 행위

△신체적 학대-구타, 신체적 폭력, 감금, 물건을 이용 때리거나 협박

△언어적 학대ㅡ심하게 고함을 지르는 행위, 아동의 단점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놀리는 행위, 욕을 하는 행위

△성적 학대-근친상간, 강간, 아동의 생식기를 가지고 놀리는 행위

崔慧梨 soboru@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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