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에서 1만여명의 승객이 추위와 굶주림의 극한상황과 싸우던 지난 8일 아산재단 강릉병원에서는 직원들의 긴급 헌혈이 실시됐다.

교통사고로 생명이 경각에 달한 환자를 위해 춘천에 혈소판 농축액 공급을 요청했지만 혈소판을 싣고오던 버스가 대관령에서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혈소판 농축액은 유효기간이 불과 5일밖에 안돼 강원혈액원 강릉사업소에서도 비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는 지난 7,8일 처럼 대관령이 통행불능 상태에 처할 경우 영동지역민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의 깊이를 가늠케 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혈액 공급은 폭설시 영동지역이 겪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애로중의 하나.

강원혈액원 강릉사업소 관계자는 “적혈구 농축액과 신선동결혈장 등을 보충받았어야 했으나 폭설 때문에 보충이 늦어져 9일 아침까지 다소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헌혈만 많다면 기차로라도 수송을 하면 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폭설기에는 군 장병 등이 비상근무에 들어가 헌혈이 잘 안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강릉의 모 고교생 2명은 지난 7일부터 고립된 대관령에 발이 묶여 8일에 실시된 서울지역‘가’군 대학의 논술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강릉의 E기업은 원자재를 싣고오던 납품수송 주임(51)이 30시간이 넘게 대관령에 갇히면서 납품시한 때문에 애를 태웠다.

야생동물들도 본격적인 시련기가 찾아왔다.

올 겨울은 특히 지난해 4월 초대형 산불로 영동전역에서 2만4천여㏊의 산림이 불에 탄뒤 처음 맞는 겨울이어서 보금자리를 잃은 야생동물의 생존전쟁이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江陵/崔東烈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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