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때마다 눈에 갇히는 상습고립지 사람들은 나름의 겨울나기 비법이 있다.

강릉에서 사나운 눈보라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지는 대표적인 곳은 왕산면 대기리와 연곡면 삼산리 등 2개지역.

강릉시 강동면 언별리도 사정은 비슷했으나 마을 위에 광산이 들어서고 난 뒤부터는 제설작업이 발빠르게 이뤄져 이른바 ‘설해(雪害) 유배지’명단에서 빠졌다.

대관령 일대에 1m 가까운 적설량을 기록한 뒤 이튿날인 9일 오전 8시 현재까지 강릉 입암공단과 왕산면 대기리를 잇는 시내버스가 길이 미끄러워 운행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발이 묶였다.

강릉시내를 출발, 연곡면 삼산리 소금강까지 가는 연곡면 신왕리行 시내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1리부터 4리까지 있는 이 곳 198가구 주민들중 상당수는 폭설에 대비, 시내에다 별도의 거처를 마련, 겨울철은 도심에서 나고 나머지만 대기리에 머무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대기리 사람들은 주소는 대기리에다 두고 겨울철 반상회는 ‘타관땅’인 강릉시내에서 여는 특이한 처지가 됐다.

金應來 대기2리이장(45)은 “어른키만한 눈더미 속에서 한겨울 내내 갇혀지낸다는 소문은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의 얘기지만 대기리의 폭설 피해는 여전하다”며 “한길가에 몇몇집만 대기리에 남고 나머지는 12월 초순만 되면 강릉시내로 이사를 가 이듬해 3월초 되돌아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소개.

대기리 주민 뿐 아니라 소들도 겨울철마다 ‘본토’를 떠나 강릉시내 축산농가에 맡겨져 하숙생활을 하고 있다.

강릉시 강동면 언별리는 상습고립지역에서 벗어났으나 폭설 공포가 여전한 케이스.

이 마을의 주부 朴順玉씨(51)는 “라면이나 부탄가스 등을 미리 사재두고 대비하던 시절은 지나갔으나 폭설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해 진눈깨비가 날리는 날엔 가급적 나들이를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江陵/辛종효 jhshi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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