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씨감자 생산체계는 본 받을만하다. 국내 감자생산에 가장 획기적인 계기는 고랭지 농업시험장을 주축으로 70년대 후반부터 조직배양기술과 첨단기술을 이용한 효율적인 병 진단법 에 의한 무병식물의 대량증식기술 체계가 확립됨으로서 마련됐다. 그전에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검정으로 건전한 식물체를 선발한 후 증식하여 씨감자를 생산했기 때문에 바이러스 등의 병해 감염율이 높아 생산성이 낮았다. 북한은 지금까지 육안검정에 의한 씨감자를 생산해 왔지만, 최근 정부차원에서 효율적인 씨감자 생산을 위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감자 생산국에 연구자를 파견해서 첨단기술을 배우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있다. 또 페루의 국제감자연구소에도 연구원을 보내 TPS(true potato seed) 종자의 실용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미국의 노스다코다 대학 교수도 대량의 씨감자와 함께 북한을 방문, 현지실정을 돌아보고는 북한의 감자에 대한 애착이 아주 높다고 했다. 강원도가 중심이 돼 강원도 감자산업과 씨감자 대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내의 각 시 군에서 산발적으로 씨감자 생산체계를 갖추고 시 군의 농민들을 위해서 씨감자를 보급하려는 사업을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 한다. 최근 도내 한 자치단체에서 자체 씨감자 생산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씨감자 생산은 오랜 세월 축적된 기술이 바탕이 돼야하고, 우선적으로 안전성에 확신을 가져야하며 팔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못하다는 전문가들의 자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농민들의 씨감자 부족을 해결한다고 하면서 감자 전문가의 도움없이 무리하게 막대한 돈을 들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의 국내 씨감자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 통계에 잡힌 정부 보급종 씨감자 공급률은 98년 기준 22.4 % 이다. 그러나 실제로 씨감자 보급률은 70∼80% 정도로 선진국 수준이다. 국립종자관리소에서 공식적으로 약 8천500∼9천t이지만 약 6천t의 씨감자가 농협을 통해, 감자칩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생산하는 씨감자가 약 3천t, 제주도를 비롯해서 남부지역에서 생산되는 씨감자 생산량이 수천t이 된다. 그리고 정부 보급종으로 납품하고 식용으로 처리해야 될 수 천t에 해당되는 남은 씨감자들의 거래를 포함한다면 실제 보급율은 정부통계 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정부에서 보급종 생산량을 1만t 이하로 조절하는 것도 감자가격의 폭락을 막기 위함이다. 만약 강원도에서 정부 보급종을 2001년에 인수해서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리게 되면 감자산업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씨감자 생산도 최종산물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지켜야 한다. 좀 더 투명하게 씨감자 보급율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대북지원도 중요하지만 강원도 자체내의 씨감자 산업과 감자산업 전반에 대한 자체진단과 해결책을 세우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강원감자 큰 잔치를 강원도에서 주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자만큼은 씨감자 생산에서 보급까지 하나의 통로로 통일 시켰으면 좋겠다. 전국을 하나로 통일 할 수는 없더라도 한국의 씨감자 생산의 90%를 차지한다는 강원도 만 이라도 씨감자 생산은 계획적으로 해야 된다. 씨감자 대북사업은 강원도청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민이 일심 단결해서 가야 될 과제이다. 북 강원도에 감자원종장을 만든다고 하면 강원도가 중심이 돼야 한다. 그리고 안전하게 가야 한다. 현지 사정을 확실히 알고 북한에서 현재 재배중인 감자를 중심으로 그곳 여건에 맞게 생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씨감자를 현지에서 재배하거나 씨감자를 보내는 사업은 여러 기관에서 시도했지만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한 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강원도가 추진하는 원종장 설립과 관련된 협력사업은 매우 바람직하다.

林學泰(한국감자육종소재은행장, 강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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