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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봐리부인’에서 유래한 말로, 허영심에 사로잡혀 자신을 실제의 자신과 다르게 인식하는 현상을 ‘보봐리즘’이라 한다. 여기에 속하는 사람은 자신이 동경하는 세계를 성취하기 위해 병적인 거짓말도 서슴지 않을 뿐 아니라 정도가 심해지면 자신의 거짓말을 진짜로 믿는 증상까지도 보인다. 이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는 공통점을 가진다. 황우성 교수와 신정아 씨가 이런 경우라 하는 견해도 있다.

올 한해 이슈가 되었던 사건에는 신정아 씨를 비롯하여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의 거짓말이 사건의 한 복판에 있다. 탤런트 부부의 이혼소송에서 부인 스스로의 간통 인정 유무에 대중이 주목했으며, BBK 사건도 속임의 장본인을 밝히기 위해 검찰이 동원됐다. 거짓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의 몇 단면들인데, 흥미로운 점은 거짓말은 이렇게 일부 사람들만이 저지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보통 사람도 하루 25 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하나의 거짓말을 진실로 포장하기 위하여 일곱 개에서부터 무려 스무 개의 거짓말이 더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는 얘기다.

거짓뿐만 아니라 신의를 지키지 않는 것도 자기 기만이라는 점에서 보봐리즘의 일종이다. 최근 사제단과 함께 대기업 비리를 폭로한 한 변호사는 그 기업에서 100억 이상을 받은 전직 법무팀장이다. 그의 모습이 투명하다 혹은 그렇지 않다는 등의 논란 속에 개운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혹 그의 행동에 사적 감정이 지나치게 개입된 것이 아닌가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올해를 상징하는 한자로 ‘거짓과 속임’을 뜻하는 ‘위(僞)’자가 선정되었다. 불량식품으로 인한 파문을 반영한 글자라는 것이 선택 이유다. 우리나라의 2007년 한해를 묘사하는 한자는 무엇이 될까? 왠지 우리도 일본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이제 ‘위(僞)’는 가는 해와 함께 보내자. 지도자도 바뀌었으니 내년에는 믿을 ‘신(信)’만이 통용되는 따뜻한 사회가 오기를 기대해 보자.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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