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해 창
춘천제자교회 담임목사
춘천연탄은행 대표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1770∼1850년)는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볼 때면 내 가슴은 뛰누나. 내 어릴 적에도 그러했고, 늙은 지금도 그렇다. 그렇지 않다면 살아 무엇 하리.”라고 말했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불행은 감동을 잃어버린 일이다. 우리 삶에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이유는 우리 삶에 감탄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물질을 신(神)으로 삼고, 쾌락을 양식으로 여기는 사이에 아주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 그것은 ‘경이감’, 즉 놀라고 감격할 줄 아는 마음이다. 현대인은 밤하늘에 무수하게 빛나는 사랑스러운 별을 보고 기뻐하는 가슴을 잃어버렸다. 비 온 뒤에 펼쳐지는 하늘의 무지개를 보고 설레는 마음을 잃어버렸다. 텅 빈 가슴에 돈이 대신 들어차고, 하늘을 바라볼 줄 모르고 눈에 환락만 보게 되었다.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에서 무감각해진 어른들을 이렇게 지적한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새로 사귄 친구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본 적이 없다. 그 애 목소리는 어떻지? 그 애가 좋아하는 놀이는 무엇이지? 나비를 수집하는지?”라는 말은 그들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나이가 몇이지? 형제는 몇이야? 체중은 얼마지? 아버지 수입은?”하고 그들은 묻는다. 그제야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줄로 생각한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가에는 계란형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는 분홍빛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면 그들은 “참 좋은 집이구나!”하고 소리친다. 생텍쥐페리는 어른들은 상상력이 없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것에 대한 마음을 열어놓지 않아 진정한 경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행복은 감탄이다. 종이 한 장 위에서 파란 하늘을 보며, 모래 한 알에서 세상을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천국을 보며 기뻐하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현대인은 하늘의 별이 돈을 가져다주지 않고, 들의 꽃이 부(富)를 가져오지 못하고, 광대한 바다가 명예를 주지 못한다고 그것들을 사랑하거나 느낄 줄을 모른다. 오로지 부와 소유의 확장에만 정신이 팔려 삶에 있어서 정작 중요한 행복의 근원인 ‘감탄과 감동’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은 모든 삶을 감탄하면서 감사와 기쁨으로 살아간다.

비록 작은 오두막에 살지라도 고관대궐을 부러워하지 않고 햇빛 들어오는 창문에 예쁜 꽃을 꽂아 놓고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며,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이다. 소중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없고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이 열리면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고, 자연의 생명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두발로 산책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축복인가를 감탄하게 된다. 하늘의 별과 무지개를 보아도 가슴에 아무런 감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부와 소유를 가진 자라 할지라도 불행한 사람이다. 하지만 하늘의 별과 무지개, 들에 핀 꽃 같은 작고 평범한 것에 감동받고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알버트 슈바이처는 유럽이 전쟁에 휩싸였을 때 “오늘 인간이 하늘의 별을 하루에 5분 정도라도 쳐다볼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세상은 결코 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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