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어딘가엔 살고 있지만 주민등록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無籍’주민들이 양산되고 있다.

경제파탄에 내몰려 빚더미에 앉은 채무자들이 빚독촉을 피하기 위해 주소지를 이탈하면서 시·군이 이들의 주민등록을 직권 말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이들 주민등록 말소자들은 당장 공공근로 등 재취업과 금융거래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물론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의료보험 혜택 등 가장 현실적인 인권보호 대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0일 道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도내 시군의 주민등록 말소자는 286세대 833명이었지만 경제위기론이 다시 대두된 하반기부터 주민등록 말소가 급증하기 시작, 7·8·9월 3개월간 1천120세대 2천28명이 말소됐다.

道는 아직까지 지난해 4·4분기 각 시군 현황이 취합되지 않았지만 춘천시만 지난 한햇동안 594세대 1천141명이 말소된 것에 비춰볼 때 지난한해 도내 주민등록 말소자는 최소 6천명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금융기관이 채무자들을 상대로 한 대여금 청구 등의 법적 소송 편리를 위해 지자체를 상대로 말소 의뢰 민원을 남발, 현행 주민등록법이 빚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춘천시 H동사무소의 경우 지난 한햇동안 79명의 주민등록이 직권 말소됐는데 이들 대부분이 금융기관의 법원서류 제출을 위한 말소 의뢰 공문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동사무소 주민등록업무 담당자는 “현 주민등록법은 주소지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주민에 대해서는 직권말소토록 규정돼 있는데다 금융기관의 말소의뢰도 민원으로 취급돼 현지조사를 피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道관계자는 “주민등록 말소 의뢰 업무가 늘어나면서 각 읍·면·동 담당 직원들도 힘들지만 당장 말소자들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의 인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금융기관에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주민등록 말소 행정은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金根成 root@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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