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감자 대북사업의 성공이 단순히 국내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부회사나 타기관에서 기본식물의 효율적인 씨감자 생산을 통해서 생산단계를 줄인다고 하지만 국내 감자산업 전반으로 볼 때, 특히 안정생산과 경제성 측면에서 보면 별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강원도는 이미 국가기관에서 수년동안 체계화 해놓은 안전한 방법을 택해야하고, 행정가는 진정한 감자전문가의 자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종자산업은 안전함이 최우선이다. 무조건 값싸게 생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할 과제는 이러한 몇 % 의 씨감자 생산성에 있어서의 효율성이 아니라 씨감자 산업과 관련된 국제정세에 어떻게 대체하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도 프렌치프라이용 냉동감자는 100% 수입 (300억원 물량/소비자 가격 2천억원 추정) 에 의존하고 칩용을 비롯한 생감자도 일부 수입되고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대부분의 감자는 외국 도입품종이다. 감자 선진국의 씨감자 가격은 국내의 1/3 수준이고 한국은 WTO 회원국이며 OECD 가입국이다. 우리도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씨감자 수입도 오랫동안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씨감자의 수입과 더불어 외국의 우수품종이 들어오게 되면 국내 감자산업, 특히 강원도 씨감자 산업은 아주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남북협력 씨감자 사업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국내 육성 우수품종이 있어야만 씨감자 사업의 국제화 적응력도 높아질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씨감자 세계시장은 약 100억 달러, 국내는 약 500 억원 이다. 이 시장은 조직배양이나 양액재배 기내소괴경 (일명, 인공씨감자) 으로 생산되는 기본식물 시장이 아니라, 보급종 단계를 말한다. 기본식물 시장은 실제로 몇 억에 불과하다. 국내의 씨감자 시장만으로도 작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자선진국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씨감자를 심으면 10배의 수량을 얻고 가격이 씨감자의 80% 라고 여기면, 국내 감자산업은 단순히 500억원이 아니라 4천억원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냉동이나 생감자로 수입되는 물량을 합치면 6천억원 이상의 시장을 이미 형성하고 있다고 하겠다. 단일 농산물로는 비중이 매우 높은것이다. 감자는 단순히 산업적인 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강원도민의 입장에서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남한의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지켜야 하며 북한이 옥수수에서 감자로 대체하는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국제정세를 볼때 강원도가 추진하고 있는 북강원도에 씨감자 생산시설을 만들어서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시기 적절하다고 하겠다. 현재의 씨감자 생산체계로 보면 생산단가가 너무 높다. 서로 협력하면 현재의 씨감자 생산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남북의 씨감자 산업안정화와 국제정세 대처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북강원도에 원종장이 설립돼 남한처럼 안정된 우량 씨감자 공급이 가능하게 되면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강원도의 씨감자 대북협력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내 씨감자 생산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는 강원도가 감자원종장 기능을 단순히 원원종-원종-보급종만을 생산하는 수준에만 한정시키지 말고, 미국 감자의 대명사인 아이다오州 처럼 감자산업의 총체적인 강원도의 역할을 위해서는 감자 전문가를 채용하고 감자연구기관인 고랭지농업시험장과 대학의 감자전문가와 협의해서 기본식물의 생산에서 신품종 육성에 이르는 좀더 체계적인 기관으로 탈바꿈하는 변혁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측과의 협력사업이 잘 진행되어서 북한에서 독일로 보내듯이 북강원도의 감자전문가를 강원도에 파견할 때 교육시킬 수 있는 기반조성과 첨단 기술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감자산업화에 종사하는 도내소재 가공회사들과 보급종을 담당하고 있는 대관령원예조합, 각 시의 씨감자 생산기관도 중복투자 없이 상호보완적으로 강원도 씨감자 산업을 발전시킬 방향에 대해서 협의 할 수 있는 ' 강원도 감자산업발전 협의회 (가칭)' 같은 창구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林學泰(한국감자육종소재은행장, 강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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