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이 열리는 백화점, 연극이 공연되는 지하상가, 음악회가 마련되는 동굴, 노래잔치가 벌어지는 아파트 등등.

우리 주변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문화 활동이 마련되는 장소를 모두 공화 공간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이 세상의 모든 공간은 문화적인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문화 활동이 마련되는 모든 장소가 문화공간의 범주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문화 공간이란 문화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한 첨단시설을 갖추고 많은 사람들에게 뜻있는 행위나 특별한 행사 혹은 새로운 문화와 예술을 창조해 제공, 시민과 함께 향유하는 공간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문화공간이란 박물관 문화재시설 미술관 전시실 도서관 문화원 문화의집 문화예술회관 극장 야외무대 조각공원 전통유적지 예술공원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도내에는 각 시 군에 문화원이나 도서관 등이 있어 최소한의 문화공간을 갖추고 있지만 그리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는 못하다. 각 문화공간은 때로 행정기관의 교육이나 회의 등을 위한 강당 용도로 변경되고 민방위교육장, 직능단체교육장, 결혼식장 등으로 사용됨으로써 문화공간으로서의 위상을 손상시키고 있다.

또 이런 시설물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몰리는 도심보다는 땅 값이 싼 변두리에 있어 불편해 문화공간은 늘어나지만 정작 생활속에서의 문화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문화관광부에서 발표한 전국 문화시설의 활용도에 대한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강원도 문화공간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도서관 문화의집 문예회관 문화원 지방자치 등 6개 부문(대·중·소도시 등으로 세부 구분)에서 도내 문화시설과 자치단체는 최우수상이나 우수상은 한 곳도 수상하지 못했다. 원주 인제도서관과 원주 치악예술관, 강릉시가 장려상을 수상한 정도.

최근 문화 기조가 시설 확충보다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발전시키고 있는 반면 도내 문화공간 시설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

이런 변화를 위해 선결돼야 하는 문제는 전문성 확보와 유지 관리를 위한 재정 확보.

문화공간 설립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가기구나 공공기구가 건립,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런 경우 부족한 것이 바로 전문인력이다. 무대 전문인들의 의견 없이 공사를 강행, 개관후 조명과 음향 무대 등을 새롭게 정비하느라 재원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관 이후에도 문화공간을 운영해나갈 전문요원을 확보하지 못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의 문화 욕구를 수렴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점차적으로 경쟁력과 창의력이 발현될 수 있도록 독립 운영체제로의 전환도 고려해볼만하다.

또 규모 위주의 시설물 건립에 집착한 탓에 정작 유지·운영에 필요한 재원 대책은 없어 낮은 이용율과 빈약한 투자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이 몰리는 바로 그 위치에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적정한 규모의 전문화된 공간이 마련돼 시민들이 자주 문화를 접함으로써 또다른 문화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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