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노 종

동해지방해양수산청장
35년 전, 강원도 삼척군 북평읍 송정리, 송림을 끼고 있던 해수욕장이 폐쇄되고 송정비행장 활주로가 철거될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했나? 아쉽기는 했지만 강원도 최대 무역항이 만들어져서 큰 배들이 쉴 틈 없이 들락거리면 나라발전은 물론 좀더 잘사는 지역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1998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우리는 조그마한 불빛을 볼 수 있었다. 금강산 유람선이 동해항에서 첫 출항을 할 때 관광과 물류가 어우러진 전진기지로 동해항의 앞날이 훤해 보일 것 같았다. 그러나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던 해에 그 열기에 묻혀 불빛을 잃고 말았다. 남북 인적 교류의 상징성만을 간직한 채 동해항의 존재 가치는 1979년 개항 당시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동해항이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시멘트 및 석탄 등 지하자원을 국내외에 수송하는 교두보로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는 있으나 석탄산업의 침체와 더불어 취급하는 화물이 줄어들고, 가공 없이 원료를 직접 취급하는 산화물인 관계로 부가가치가 낮아 항만의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 한계점에 이름과 동시에 인근 도시성장의 정체 현상까지도 나타나는 등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또한 동해항 배후지에 전후방 연관 산업효과가 큰 산업이 거의 없고, 강원도 무역기업 역시 영세하고 산발적으로 분산되어 있어 항만물동량 창출과 발전전략 추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도권기업들이 동해시로 이전을 하면서 원목관련 원자재들이 동해항을 이용하여 다소 활기를 띠고는 있으나 동해항의 목마름을 채워주기에는 아직도 모자란 것이 많다.

강원도 기업들이 수송비를 절감하고, 화물 처리시간을 단축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부산까지 육로로 화물을 싣고 내려가서 일본·동남아·유럽·미국으로 가는 선박에 짐을 갈아 싣기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계산한다면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컨테이너 전용부두는 없지만 물류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는 동해항을 도내 기업들이 최대한 활용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면 될 것이다.

부산항·광양항 등과 같이 컨테이너항만을 만들어 해상물동량을 창출한다면 좋으련만, 예약도 없이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입지 여건을 감안하여 강원도에 맞는 동해항으로 재탄생 된다면 그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 1월 11일 동해항을 기점으로 개설되는 부산항과 러시아의 보스토치니·블라디보스토크항 연결 컨테이너항로에서 그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부산에서 극동러시아로 가는 수도권 화물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동해항에서 러시아로 가고, 동남아로 가는 도내화물이 동해항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한다면 물류비 절감은 물론 경쟁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항로 개설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강원도와 동해시의 보탬에 도내 기업인들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동해항은 강원도 대표 무역항으로 새롭게 자리매김을 할 것이며, 강원도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다는 것이다. 엔진이 잘 작동 될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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