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를

함박눈으로 덮는다는

대설(大雪) 절기가 한참이나 지났는데

무슨 사연으로

텅 비어야 할 초당 송정들판에

김장독에 있어야 할 배추가

서릿발에 꽁꽁 얼어 눕지도 않고 서서 한파에 고역을 겪고 있는고

보는 이마다

저 아까운 배추 하며

마음을 졸이고 애타해 한다

가다가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눈꺼풀에도

서릿발이 끼여

배추는 어느새 농민으로 돌변하여 발을 동동 구르며

서서 있는게 아닌가

저 밭주인

이 한파에 이불속에 있다지만

배추보다 더 사시나무 되어

바둥바둥 떨고 있지 않을는지

최동희·강릉시 포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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