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병 선

강원지방기상청장
2007년도 노벨평화상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앨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수여되었다. 노벨평화상은 평화 정착과 인권 향상 등에 공헌한 사람 또는 단체에 주는 상으로 이번 수상은 기후변화가 인류 평화와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로 부각되었음을 전세계에 인식시키는 의미를 가진다.

인류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혹독한 자연의 변화에 적응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얻어진 지혜로 현재의 역사와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인류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 최적의 삶을 유지해 왔으나 산업혁명 이후부터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자연을 극복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다. 급기야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급증한 온실기체가 지구온난화를 유발함으로써 거대한 기후계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를 맞게 되었다. 최근의 과학기술이 자연의 원리를 파악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자연을 조절하는 데까지 발전하였으나 기후변화라는 문제의 해결에는 아직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위험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이를 국제적인 협력하에 과학적인 토대를 굳건히 하기 위하여 1988년에 설립한 기구가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이다. IPCC의 역할은 인류에 의해 초래된 기후변화의 위험을 파악하는 과학기술 및 사회 과학적 정보를 평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2007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IPCC 제1 실무그룹 회의에서는 ‘21세기말 기온은 최대 6.4℃, 해수면은 59㎝ 상승’할 것으로 발표한 바 있으며, 4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2 실무그룹 회의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아시아 지역의 피해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리고 5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 실무그룹 회의에서는 ‘추가적인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노력이나 적절한 지속가능 발전정책이 없다면 전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은 향후 수십 년간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IPCC는 2007년 세 번의 보고서 발표를 통해 지구온난화는 자연요인이 아닌 인류의 환경파괴 활동으로 야기되었으며, 전세계 인류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였다. 금년 11월12일부터 17일까지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IPCC 총회는 지금까지 실무그룹별로 발표한 보고서를 취합하여 최종 IPCC 공식보고서로 승인·채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의 빈도 및 강도의 증가가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며,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니다. 최근 강원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한 악기상 피해를 겪어 왔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해 강릉지방 일강수량은 870.5㎜를 기록하였고, 2006년 10월23일 속초지방은 순간 최대풍속 초속 63.7m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더 이상 이변이라고 하기 어려우며 앞으로는 이보다 더 극심한 기상현상이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기상현상들을 재해로 만드는가 만들지 않는가 하는 것은 인류가 새로이 당면하게 된 과제로 국가적 차원의 적극 대응이 필수적이다.

온실가스의 저감 등과 같은 단기적인 정책과 함께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과 비전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는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국가안보 차원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범국민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그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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