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입으로 전해진 속어들 잔치

김기설 강릉민속문화연구소장이 강릉지역 민간에 흘러다니는 속신어들을 간추린 ‘강릉지역의 속신어(문왕출판사)’란 민속자료집을 냈다.

속신어는 흔히 ‘속된 말, 속됨을 믿게 하는 말’이란 저자의 정의대로 예로부터 민초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던 이른바 ‘풀뿌리 가치체계’로 부를 수 있는 말이다.

‘문지방에 앉으면 곡식이 거꾸로 된다’ ‘초상집에 다녀온 사람은 출어하는 배에 바로 타지 않는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이 난다’ ‘첨잔은 죽은 사람에게나 하는 것이므로 하지 말라’‘첫손님이 남자면 재수가 좋다 ’등.

이런 속신어는 우리네 부모들 세대에선 일상에서 다반사로 쓰였던 말로 단순한 흥미거리 차원을 넘어 신앙에 가까웠던 내용들이다.

인터넷이 인류의 삶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첨단과학시대인 요즘, 이런 속신어는 더 이상 민초들을 흡인할 만한 마력은 없지만 여전히 질경이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복음(福音)이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 20년 넘는 기간동안 현장을 돌며 채록한 얘기들로 내용이 풍부해 자료적 가치도 높다.

책은 제1장 전조어(前兆語) 제2장 속설어 제3장 마무리하는 말 등으로 짜여졌다.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창가에 등을 밝힌 후 책장을 하나씩 넘겨가노라면 어릴 적 어른들로 부터 귀동냥으로 들었던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추억속에 아련히 되살아 날법하다.

江陵/辛종효 jhshi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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