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희 정 한림성심대 사회복지과 교수
유 희 정 한림성심대 사회복지과 교수 |
이와 관련하여 최근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만들어지고, 국가가 나서서 장애인활동보조원,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노인돌보미바우쳐, 아기돌보미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돌봄과 관련하여 다양한 일자리들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돌봄과 관련된 일자리는 저임금, 고된 노동, 열악한 노동조건과 결합되어 여성화된 직종으로 고정될 위험성이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실 타인의 신체적, 심리적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돌봄 행위는 이에 상응하는 인격적인 자질과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들이 저임을 받게 되는 것은 여성의 가사노동이 사회적으로 평가절하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새롭게 창출되는 돌봄과 관련된 일자리가 기혼여성들에게 단지 재취업의 기회를 주는 것을 넘어서서, ‘괜찮은 일자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국가, 사회적인 관심과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아무리 돌봄 노동이 사회화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가족은 자녀와 노부모를 돌보는 중요한 주체가 된다. 하지만 아무런 사회적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가족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심지어는 노부부의 동반자살이 초래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장기간의 수발이 필요한 장애인이나 노인을 돌보는 가족원의 신체, 정신적 부담은 매우 크다. 더구나 경력과 수입의 단절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그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구의 복지국가에서는 이미 이들 가족 보호자에게 현금의 급여를 제공하고 있으며, 정보 및 교육, 재충전과 휴식, 연금이나 재취업에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그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보상을 해 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돌봄을 받는 노인이나 장애인은 ‘도움을 받기만 하는 자’로서 보다는 ‘소비자’로써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로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돌봄을 받는 장소와 서비스제공자,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 연약하고 의존적인 상태에서도 인간은 삶의 존엄성과 자아 존중감을 지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