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사면 하나 덤(buy one, get one free)’ 힐러리 선거 슬로건이다.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클린턴의 경력이 공짜로 주어진다는 말로 배우자의 능력은 큰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직은 명실상부 ‘커플 비즈니스’인 셈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전 상무장관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린 결정 가운데 힐러리의 의중에서 벗어난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놀라운 일’이라며 영부인의 막강한 파워를 설명한다.

대통령 배우자의 대단한 파워가 걱정스럽지 않게 느껴지려면 영부인의 모범 역할이 규정되어야 하는데 그게 정답이 없는 이야기다. 역할에 대한 일정한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영부인 대부분은 나서면 비호감으로 욕먹을 수 있고, 조용하면 무능해 보일지도 모른다는 갈등 선상에서 고뇌하다 결국 소극적 방식의 역할을 택한다. 비난이 최소한인 전략이다. 한국 정치학회 소속 학자 150명에게 바람직한 영부인상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그들 중 48.5%가 사회봉사헌신형을, 21.6%가 전문가형을, 15.4%가 국정운영 동반자형을 선호했다. 아직도 한국인들은 비 정치적인 주제로 모성애적 이미지를 실천할 수 있는 퍼스트레이디를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21세기의 키워드로 ‘여성’을 말하는 미래학자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여성들의 도약이 눈부신 세상이다. 인수위 위원장도 4선 대학 총장이라는 전대미문 관록의 여성이고,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물게 정도를 지키며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거 흐름을 주도한 정치인도 여성이다. 당연히 영부인의 역할도 여성들의 높아지는 위상에 맞게 조율되어야 한다. 장명수 한국일보 이사는 ‘영부인은 시대정신과 시대변화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명박 당선자가 ‘선거를 통해 아내에게 잠재능력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했다. 영부인이 자신만의 색깔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나서지 않고 조용하지만 강했다’는 최근 뉴욕타임지의 힐러리 영부인시절 평가를 그냥 흘려버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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