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완영·국제태권도연맹 한국협회장
새로 맞은 새해와 지난 해를 생각하며 한 낱말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해거리’라는 말입니다. 이는 해를 거른다는 말로 농사를 지을 때 많이 쓰는 말입니다. 매년 연속 같은 경지(耕地)에 재배를 하다보면 땅의 지력(地力)이 떨어져서 수확량이 줄어드니, 회복할 시간을 주고 적당히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음 해에 더 많은 결실을 볼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참으로 지혜로움과 여유를 깨닫게 해주는 슬기라고 봅니다.

내 자신도 지난 한해를 ‘해거리’를 했다고 생각키로 했습니다. 지난 15년간 처음 대북사업을 시작할 때보다 지난 1년 동안을 회고하면 비즈니스보다 다른 무엇에 더 신경을 쓰고 보낸 것 같습니다. 장애인 피아니스트 이희아양의 북한 장애인 돕기 자선음악회 행사를 국제태권도연맹 주관으로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치른 일 등이 그 한 예입니다.

올해에는 분명 ‘해거리’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난해 받지 못한 것들은 올해 복리이자로 받기위해 잠시 뒤로 미루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는 ‘없음’과 ‘공간(비움)’입니다. 본래 가진 것이 없으니 없어도 괘념치 않으며, 항상 비어 있으니 무엇으로든 채울 수가 있어 좋습니다. 그 누구, 무엇이라도 들어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너무 채우려고만 했지, 그것을 뱉어내는 데는 인색했던 것 같습니다. 배설을 해야 공간이 생기고 그래야 다시 채워 넣을 수가 있는데, 그냥 채워만 넣으려고만 하니 정작 채워지지도 못하고 다 흘러넘쳐 남는 것이 없었다는 느낌입니다.

새해에는 버리는 지혜도 가져야 겠습니다. 모두가 채우려고만 한다면 충돌과 반목이 생길 게 분명합니다. 나눌 몫이 정해져 있는데 모두가 가지려고만 하면 세상사는 데 살 맛이 안날 것 같습니다. 무자년, 새해엔 욕심 부리지 말고 진정 버리는 지혜도 가지며, 더욱 성숙한 모습의 현명한 우리 선진화된 국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유완영·국제태권도연맹 한국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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