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회교사(39·여)와 4명의 남자장애인들이 한가족처럼 같이 살고 있는 춘천시 우두동 S아파트.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공동생활가정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화장실청소, 설겆이, 세탁 등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재활의 터전이다.

아침 6시 30분 김씨의 기상소리로 이들의 하루는 시작된다. 김씨가 아침준비를 하면 먼저 세면을 끝낸 웅민씨(22)가 선생님을 도와 요리를 한다. 명기씨(23) 와 연우씨(24)의 임무는 음식을 나르며 선생님을 돕는 일. 맏형인 종철씨(32)는 거실 정리를 하고 아침7시 모두 한자리에 모여 아침식사를 한다. 설겆이도 물론 이들의 몫이다.

아침 식사후 장애인 네명은 각자 직장으로 출근해 일반인과 같이 사회생활을 한다. 퇴근후 바로 집으로 돌아온 이들은 각자의 취미생활을 즐긴다. 비디오 감상이 취미인 종철씨는 영화에 몰두하고 스포츠광인 명기씨는 농구선수 문경은을 가장 좋아한다. 드라마를 즐겨보는 웅민씨와 채널 문제로 실랑이도 벌이지만 결국은 서로 양보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풀어 나간다. 노래부르기가 취미인 연우씨는 김선생님을 졸라 노래방 가는 일이 최고의 즐거움이다.

한달여 전에는 서울로 첫 나들이를 했다. 스스로 열차표를 끊고 기차와 버스를 갈아 타면서 창덕궁과 인사동 거리를 누비면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또 지난해 12월 첫 눈 온 날에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낭만을 즐기기도 했다.

2년후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이들 네명과 金선생님의 모습에서 환한 미소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金子元)은 지난해 3월 ‘공동생활가정’제도를 들여왔다. 그 때 여성 정신지체장애인 4명을 대상으로 1차 공동생활가정을 꾸린 것을 시작으로 8월엔 남성 정신지체장애인 4명의 공동생활가정이 탄생된 것.

이 제도는 장애인들의 사회적 자립을 목표로 보통 가정과 같은 주거환경에서 사회재활 교사와 함께 거주하면서 일반인과 같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에 따라 교육을 받으며 생활하는 프로그램. 장애인들은 2∼3년의 교육기간 동안 자립생활과 사회적응 훈련을 하며 대·소변처리, 세면, 목욕, 등의 위생 관리 능력을 키운다. 대중교통수단 이용법과 상점, 은행, 음식점 등 각종 사회편의시설 이용 교육을 통해 적극적인 사회생활과 자기개발을 한 후 가정으로 복귀하게 된다.

김정회교사는 “처음에 비해 부끄럼도 많이 없어지고 모두 친형제처럼 화목하게 잘 지낸다”며 “이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柳志喆 bright@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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