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 백 운

태고종 강원교구종무원장
(춘천 석왕사 주지)
다사다난 했던 한해를 보내고 대망의 무자년 새해가 밝았다. 깨달은 이의 혜안으로 보면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니며 또한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다. 범부의 보통 눈으로 보면 세월이 흐르고 해가 바뀌니 어찌 송구영신의 감회가 없을 수 있겠는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념과 뜻을 함께하는 종도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내일의 발전을 다짐하는 뜻에서 국운융성과 평화적인 남북통일이 성취되기를 기원한다.

우리는 지난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이러한 변화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이제 구시대적인 권위주의가 퇴락하고 도덕과 윤리에 충실하며 양심에 따라 소신껏 행동하는 사람이 평가받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사회적 정서가 확대되어 가고 있다. 사회를 이끌어 가는 힘은 비교 우위에 서 있는 소수의 기득권층이 아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절대다수 서민층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보통사람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의식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물질의 가치로 인간을 판단하는 물신풍조가 팽배해 인간의 존엄성이 홀시 당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이 지나친 욕망과 물질에 대한 집착은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수많은 물질을 만들어 낸다. 이 수없이 만들어지는 물질은 결국 다툼의 씨앗이 되어 사람들을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불교는 우주만유의 실체를 밝히고 시공의 무상함을 일깨워 물질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억제하는데 큰 뜻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 불자들은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펴서 물질로 황폐되어 가는 세상을 구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세상의 모든 현상은 인간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세상의 중심은 인간이며 그것도 육체가 아니라 육체 속에 담긴 마음이 주인인 것이다.

어느 현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윤리와 도덕을 지키는 자는 한때 적막할지 모르나 권세와 물질에 아부하는 자는 만고에 처량하다. 현달한 사람은 진리를 존중하고 죽은뒤의 명예를 생각하나니 차라리 한때의 적막을 택할지언정 만고의 처량을 취하지 않는다”

아무리 첨단과학이 지배하는 물질세계라 할지라도 인간의 가치는 인성과 도덕과 윤리의 잣대가 그 평가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자의 가르침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세상이 혼탁함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인생의 가치를 물질에만 두는 가치전도의 사람들이 마음에 깊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선각자의 눈으로 보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니며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이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갈등하고 투쟁해야 할 대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새해에는 호양과 청빈의 선비정신을 발휘해 스스로 지옥을 허물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중심되는 조화롭고 향기 넘치는 인간신앙의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무자년 새해를 맞아 다시한번 사부대중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올 한해 부처님의 가호성력으로 하시는 일마다 원만성취 하시기를 축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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