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욕심이 한도 끝도 없어요. 죽었다고 생각한 자식이 살아 온 것만도 고마운데, 이제는 다시 못 만날 것을 걱정하고 있으니까요”

지난해 8월15일 이산가족 1차 상봉시 북녘의 아들 李東燮씨(66)를 만나 50년 생이별의 한을 풀면서 도민들의 심금을 울렸던 張順福할머니(89·강릉시초당동)는 ‘설’ 명절을 앞두고 아들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월 중순 20년만의 혹한이 1주일 이상 맹위를 떨쳐 온나라가 얼어붙을 때는 어린시절 “함경도 평안도쪽은 오줌줄기가 그대로 언다”고 했던 어른들의 말이 떠올라 추운곳에 사는 아들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요즘처럼 설 명절이나 생일에는 더 보고 싶은게 어미 마음인 것 같아요. 그렇게 춥다는데, 떡국이나 제대로 해 먹는지”

3박4일간의 짧은 만남후 기약없는 이별을 하던 순간에 아들 東燮씨가 “어머니, 보름달이 뜨면 서로 얼굴인양 쳐다봐요”라고 당부했던 말대로 지난해 9월부터 보름달을 놓쳐 본적이 없지만 설날 그리움은 그렇게 달랠만한 아픔이 아니다.

“혹시나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까”

신문이나 TV에서 이산가족 소식만 들리면 가슴이 두방망이질 쳐 견디기 어렵다는 張할머니는 “내 살아있는 동안에 편지교환이나 전화통화라도 자유스럽게 할 날이 올 수 있겠냐”며 사진속 부둥켜안은 아들 얼굴을 어루만졌다.

한편 8·15이산가족 상봉때 역시 북녘의 아들을 찾은 강릉시 홍제동 車雲宣할머니(92)는 그리움이 병이 됐는지, 노환이 더욱 깊어져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江陵/崔東烈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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