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균 춘천 평화감리교회 담임목사

춘천에 들어와 산지 만 30년이 됐다. 2008년을 맞아 내 고장 춘천의 미래를 이렇게 꿈꿔본다.

도시가 산업화 되어야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에 전국의 많은 도시들이 공장화됐다. 그 결과 사람은 늘고 경제적 이익은 커졌지만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맑은 물, 푸른 하늘, 깨끗한 공기가 우리에게 주는 가치를 어찌 돈에 비할 수 있겠는가. 춘천은 고향 같은 시골 정취를 잃지 않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화려함이나 거대함과는 거리가 먼 춘천이지만 그 소박함 자체로 얼마든지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도 춘천은 하나님께서 주신 자연의 축복을 잘 간직한 자연도시로서 남아 있기를 꿈꿔 본다.

하지만 춘천은 도청 소재지임에도 지금까지 수도권과 연결된 고속도로나 왕복 철도노선 하나 없이 지내왔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도 모두 원주에 내줬다. 따라서 춘천 시민들이 느껴온 소외감이나 박탈감은 그 어느 도시보다 더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자연이고 뭐고 돈이 잘 돌고 사업이 잘 되는 게 제일이란 생각에 난 개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곧 완공될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경춘선 복선전철로 인해 그런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졌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춘천은 더 이상 춘천이 아닐는지 모른다. 고유한 맛도 멋도 없는 수도권 위성도시의 하나로 전락할 것이다. 그것은 결코 우리가 꿈꾸는 춘천의 이미지가 아니다.

춘천은 영원한 춘천으로 남아야 한다. 그렇다면 춘천이 춘천으로 남기 위해 간직해야 할 이미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자연스러운 소박함이다. 춘천은 온갖 인위적인 것으로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자기 자랑에 열을 올리는 타 도시들과 경쟁해서는 안 된다. 춘천은 그런 천박한 도시들과 차원을 달리해 고고하게 남아야 한다. 지금까지 춘천의 멋은 은근한 데 있다. 멋진 것도 활짝 개방해 드러내지 않고 부끄러운 듯 살짝 보여주는 것이 춘천의 매력이다. 춘천은 찾는 사람들의 가슴을 들뜨고 흥분시키는 곳이 아니다. 경쟁과 긴장 속에 경직된 마음을 포근한 품에 안아 이완시키는 곳이다. 춘천은 온갖 현란한 인위적인 놀이문화로 사람을 끌어들여 북적이는 도시가 아니다. 잔잔한 사색에 잠기게 하는 어릴 적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고장이다. 춘천은 자기를 찾는 이들에게 오랜 추억을 만들어 주는 은근한 멋과 맛의 춘천막국수처럼 구수한 도시다. 이러한 무형의 가치를 춘천 시민들 스스로 깨닫고 느끼고 즐겨야 한다.

미래 인간은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피곤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이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춘천은 이런 미래 인간을 위해 남겨진 유일한 자연도시가 돼야 한다. 여기서 자연도시란 그냥 내버려둔 도시가 아니다. 잘 가꿔진 친환경적 도시를 말한다. 따라서 춘천을 개발하되 그 개발은 자연의 순수성을 간직한 친환경적 선택적 개발이 돼야 한다.

좋든 싫든 춘천도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이 피할 수 없는 물결이 그동안 조용히 간직돼 온 춘천의 멋과 맛을 얼마나 바꾸어 놓을지 걱정스럽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작은 바람 하나는 지금까지 우리가 사랑한 춘천의 그 멋과 맛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한다. 이 멋과 맛이 당장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연과 문화가 최고의 가치로 등장할 21세기에 이것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무한한 가치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깊고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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