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내내 ‘막말’이라는 키워드가 유행이었고, ‘쇼를 하자’라는 선전이 뜨면서 ‘막춤’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요즘은 ‘막장’이라는 단어까지 가세하여 소위 ‘막’자 붙은 세 단어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일정한 형식없이 추는 ‘막춤’이나 제멋대로 하는 ‘막말’같이 단어 앞의 ‘막’자는 가식과 허위를 벗은 자유로움의 의미를 갖는다. 또 어떤 식으로든 주목받으면 그만이라는, 웃기면 그만이라는 개그맨 식의 얄팍한 요즘 세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그래도 막춤은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은 없으니, 문제가 되는 것은 막말과 막장이다. 원래 갱도의 막다른 곳을 일컫는 말에서 유래한 ‘막장’은 ‘갈 데까지 간’ 현상들을 가리키는 인터넷 용어이다. 자기 절제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도달하는 것이 막장인 셈이다.

어느 랍비가 하인에게 시장에 가서 가장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지시했다. 하인은 ‘혀’를 사왔다. 랍비는 다시 그 하인에게 이번에는 가장 맛없는 음식을 사오도록 했다. 하인은 또 ‘혀’를 사왔다. 랍비가 맛있는 것도, 맛없는 것도 ‘혀’인 이유를 묻자 하인은 ‘혀는 아주 좋으면 그보다 좋을 것이 없고 또 나쁘면 그보다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말은 쓰기에 따라 선악의 극단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명심보감’에도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의 문이며 몸을 죽게 하는 도끼와 같은 것이다’라고 한다.

노 대통령이 최근 경제 점검 회의에서 “우리가 경제 운용 얘기해 봤자 말짱 헛방 아니냐”며 자신의 레임 덕 무력감을 표현했다. ‘분노 때문에 정치한다’고도 말한 적이 있는 노 대통령의 권위와 품위를 잃은 듯한 막말은 국민을 좀 불편하게 한다. 남의 탓만 하는 비판의식과 뭐든 공격적으로 발산해 버리려는 부정적 성향의 사람일수록 품격 떨어진 막말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경향이 있다. 또 워렌 베니스는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의 하나로 ‘자기경영’을 말한다. 자기경영에 문제가 있었는가? 지도자의 막말 듣기가 더 이상 국민의 몫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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