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었다. 곧 참여정부가 벌여 놓았던 판이 걷히고, 이명박 정부의 새판이 깔리게 된다. 그 판을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정권인수위원회가 향후 5년 임기의 새판을 짜고 있다. 판을 짜는 것은 이긴 쪽의 몫이고, 승자의 생각과 철학에 의해 새로운 원칙과 기준이 마련되고 밑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그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한 것이고, 그런 수순을 밟아가는 것이 우리사회가 선택하고 이 만큼 정착시켜 놓은 제도다.

10년 만에 잃었던 정권을 되찾는 한나라당은 의욕에 넘치고, 자신에 차 있는 모습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지지로 정권을 위임받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집권기간 내내 아마추어라는 기분나쁜 꼬리표를 달고 다닌 현 정권에 비해 상대적인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때로 지나친 자신감이 이런 저런 구설수를 만들어 낸다. 지난 10년 동안 응축돼 온 에너지와 권력에 대한 갈증을 감안하면 그럴만도 하지싶다.

선거를 통해 여·야가 바뀌고,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민의의 풍향, 민심의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각본없는 드라마는 좋은 볼거리다. 정부조직이 대대적으로 개편되고, 새 정부의 철학과 정책방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총리를 비롯한 각료 후보자들의 면면이 자주 지상에 오르내리고 새정부의 실체가 차츰 수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다만 이해관계가 없는 국외자라면 좀더 판의 추이를 여유있게 관전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관전자인 동시에 판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해 당사자다. 지금 지난 10년간 익숙해진 판이 통째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지방, 혹은 강원도적 입장에서보면 이 같은 일련의 변화는 엄청난 긴장을 요구한다. 새정부가 역시 지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의 수사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새정부는 어쨌든 분권과 분산을 신봉했던 참여정부의 맞은 편에 서 있다. 새정부는 끊임없이 실용 성장 효율 성과의 돌로 포석하고 있다. 경부운하, 충청운하, 호남운하니 하는 운하이야기가 판을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다양한 담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다.

정부조직 개편도 판 전체를 관통하는 저변의 기류를 주목하게 된다. 작은 정부지향의 원론적 방향성과 정권 교체에 따른 리모델링의 일반적 당위론 속에 형성되고 있는 일관된 변화의 기류가 또한 지방과 강원도에게는 도전이다. 개별부처의 통폐합과 존폐에 대한 불가피성 혹은 당위성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통일부나 해양수산부의 위상 변화는 그 만큼 강원도의 입지를 좁혀 놓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또한 정권의 상징적이 조직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변화가 예상돼왔지만 특정시대나 정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는 균형발전의 욕구와 정신을 담아낼 그릇은 대체될 것인가.

농업관련기관이나 석탄산업관련 기관의 위상 변화 또한 큰 흐름 속에서 추이를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강원도, 혹은 지방의 지역적 정체성과 문화적 토양이 깔려 있는 정부과 공조직의 네트워크가 해체, 또는 재편되는 것이다. 새로운 정권은 새로운 정권의 철학과 논리를 관철하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그 같은 변증적 파괴와 재편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것이 정권이 자임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책무일 것이다. 그러나 곧 출범하게 될 이명박정부가 거대담론의 그늘과 승자의 논리로 지금 소리없이 번져가는 지방의 우려와 노파심을 덮어버려서는 안 된다.

새정부는 비교적 지방의 입지와 지분을 인정하고 배려했던 현 정권과는 전혀 다른 프레임을 짜고 있다. 후발 후진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지방과 강원도의 설자리는 그 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강원도는 지금 지역출신의 장관이 한명 나올 것인가를 놓고, 궁색하고 자존심 상하는 계산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이 변화가 지방, 혹은 강원도가 밟고 일어서야 할 도약대를 치우고,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길 바란다. 지방이 연착륙해야 정권이 연착륙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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