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교원
정선주재 취재부장
새해를 지난 며칠 뒤, 지역 주민을 자처하는 익명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어느 편을 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는 전제 하에, 폐광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사안들이 너무 지역 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한 상황에 대해 ‘지역 언론에서 명명백백(明明白白) 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핵심 요지다.

세상을 살다 보면 그 뜻이 맞지 않거나, 서로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마음 상하는 일을 겪을 때가 종종 있다. 대부분 이런 불편한 충돌을 마음속으로 삭이거나, 때로는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같은 충돌은 직장, 연인, 부부, 부모자식 및 형제간, 이웃사이에서 빚어질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지역이나 국가 사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정선 고한읍과 사북읍간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듯 싶다. 이들은 도심권이 서로 맞 닿을 정도로 가까운데다 생활권도 같으면서-각자의 속내는 상이할 수도 있지만-폐광지역의 굵직한 새 역사를 긋기까지 진정한 동반자로서, 또 화목한 이웃사촌으로서 지내왔었다.

그러던 것이, 지역간 가끔 엉뚱한 일로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 안스럽다. 요즘엔 하이원 스키장 이정표 및 스키열차 정차역, 콘도 건립 문제 등으로 등을 돌린 채 지내고 있다. 고한과 사북이 서로 다투게 된 데는 처음부터 일을 매끄럽게 처리 못한 지자체나 하이원리조트측의 책임 또한 크다.

한 쪽에서 어떠한 사안에 대해 강경하게 나올 때, 또 한 쪽에서 그에 상응할만한 대응을 할 경우 지역간의 갈등은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 지역도 중재자가 서둘러 타협안을 내놓아 수습에 나선다고 하지만, 한번 간 금으로 인한 앙금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모습은 비록 고한과 사북읍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태백에서 정선으로 ‘물을 대주는 것’ 에 대해 반대를 하고 나섰다는 내용을 접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심지어 ‘우리가 물을 주면 그 지역이 발전해서 안된다’ 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마저 들린다. 서로 한걸음씩 뒤로 물러서서 웃으며 풀어버릴 수 있는 일이, 해를 넘기면서까지 얼굴을 찌푸려야 한다는 것은 지역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발전은 공존공생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단적인 발전은 주위와의 부조화로 인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이기주의는 지역을 좀 먹는다.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은 지역발전에 걸림돌일 수 밖에 없다.

지역발전 및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마음을 함께 해야 한다. 앙금을 걷어내야 한다. 지역간의 문제들을 결코 방임해서도 안되지만,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반목·갈등이 있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전의 정다운 이웃사촌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서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

폐광지역의 모습이 크게 변하고 있다. 폐광지역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신(新)성장동력’ 을 찾는데 우리는 힘을 쏟아야 한다. 폐광지역 주민들의 노력이 새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지금,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초록색 ’ 꿈을 찾기 위해 지역 주민 모두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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